토요일 아침, 전주로 가는 길
새벽같이 출발해서 시간에 여유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물어물어 찾아간 곳이 '구의저수지'...

이상하게 낚시하는 사람이 안보였습니다.
저수지 진입로는 여러군데 있겠지만 제가 들어간 곳은
식당을 통해 들어가는 곳...
낚시금지라는 낡은 표지판도 보였습니다...ㅎㅎㅎ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하는 생각에
식당 주인에게 여기서 낚시해도 되냐고 물어봅니다.
해도 된다는 말 그리고 이어지는 말...
" 릴 던지실려구요? 뭐 잡을려구요? "
" 잉어요..."
" 에이...내가 여기서 식당 3년 했는데 그동안 잉어잡은 사람 한번도
못봤어요...여기 잉어 없어요...베스가 워낙 많아서..."
" 그래도 뭐...그냥 한번 해볼려구요..."
" 차리리...*&*&%$$fh 로 가보지 그래요? 거기선 사람들 낚시하던데..."

멋적은 웃음만 날리며 식당 주차장을 지나 식당 앞마당을 지나
물가로 내려갑니다.
이 넓은 저수지에 설마 없을려구...
하지만 이상합니다.
정말 낚시하는 사람들이 안보입니다.
베스낚시하는 사람들만 간혹 보일뿐...

'여기 정말 낚시안되는 것 아냐?...아니지 혹 낚시 금지구역인가? '

식당 아저씨가 해도 된다고 했으니
뭐 별 걱정 없이 준비를 합니다.
어디로 던질까 고민할 필요도 없이 그냥 직선으로
세대를 투척합니다.

걱정되기도 합니다. 정말 헛수고하는 것은 아닌지..
그러다 생각을 바꿉니다.
꼭 잡혀야 낚시는 아니니깐...그냥 던져놓는 것으로도 좋잖아...^^

햇볕이 너무 뜨겁습니다.
30분 정도 버티다가 주차장으로 올라옵니다.
새벽같이 출발해서 인지 피곤하고...
에어컨을 틀고 잠을 청합니다.

시계를 보니 2시간 정도 지난 것 같습니다.
나도 베스낚시나 해볼까 하는 요량으로
루어대를 챙겨들고 물가로 내려갑니다.

그런데 2번대가 완전히 10시방향으로 틀어져 있는 것입니다.
줄이 늘어지지도 않았고 급히 달려가보니 초릿대끝에 떨림이 있습니다.
또 드랙이 풀립니다.

떨리기 시작합니다.
'와...베스다...!! 베스가 떡밥도 무는구나...ㅎㅎㅎ'
그런 맘으로 릴링을 시작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정말 3년간 잉어구경 못했다는 아저씨 말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치고 나가는 것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위에서 물끄러미 절 바라보던 식당 아저씨..
" 뭐 물었어요? "
" 잉어 같은데요? "

아저씨 반신반의하며 내려옵니다.
조금씩 제압해가며 물가쪽으로 유인합니다.
모습을 드러낸 녀석은 보기에도 제법 커보이는 잉업니다.

형태는 마치 유원지 살오른 잉어처럼 무척 빵빵하고
길이는 80은 훌쩍 넘는 느낌입니다.
아저씨께 틀채 혹시 있냐고 하니 없다고 합니다.

그냥 물가로 끌어내기에는 경사가 조금 있어 힘들어 보이고
망설이는데 아저씨가 한마디 거듭니다.
" 이따 배 드러내면 내가 아가미 잡을테니..."
그렇게 끌어내자고 하십니다.

쉽게 녀석은 지치질 않습니다.
물가로 거의 다왔다 싶으면 다시 치고 나갑니다.
한가지 또 걱정되는 것이 있습니다.

바늘이 입에 하나만 걸려있고
나머지는 옆 지느러미 쪽에 걸려있습니다.
떨어지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

어차피 잉어를 가져 가지는 못하기에
아저씨께 말합니다.

" 제가 잉어 가져가지는 못하거든요...식당 앞에 커다란 수족관
있던데 거기다가 키우실래요? "
아저씨...좋다는 표현을 하십니다.

뭐 꼭 제가 가져가야 좋은 것은 아니니
이 낚시를 하게 해주신 아저씨에 대한 감사입니다...ㅎㅎㅎ

녀석이 결국 배를 드러냅니다.
아저씨 조심스럽게 잉어 아가미를 챌 준비를 합니다.
그 때 잉어가 몸을 틉니다.
ㅎㅎㅎ...바늘이 빠졌습니다.

오 ~ 놀라워라...!!!!!!!!!!!!!!!!
아저씨 그 상태로 몸을 날려 물 속으로 들어갑니다.
온 몸으로 잉어를 덥칩니다.
잉어는 도망갔습니다...ㅠㅠ
눈 앞에서 그렇게 보냈습니다...ㅠㅠ
아니 제가 슬플 일은 아닙니다.
이미 잉어는 아저씨게 드린다고 약속했으니...
그나저나 아저씨 멋적어 하면서 나오십니다.

젖은 옷 주머니에서 하나둘 꺼내십니다.
차키...지갑...그리고 핸드폰...
에궁 죄송스러워 죽겠습니다.
핸드폰 바로 밧데리 빼 놓습니다.

하하하...서로 멋적어 웃고 맙니다.
시간도 되고 더 낚시를 하고 팠지만 철수 준비를 합니다.
아저씨께서 더 하고 가지 그냥가냐싶니다.
다음에 또 들르겠다는 말을 전합니다.
아저씨의 말이 잊혀지질 않습니다.
" 여기도 잉어가 잡히네...허허 "

처음에 여긴 안잡힌다는 말만 믿고 포기했다면
아마 이 손맛을 느끼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잉어 소문이 퍼지면 담에 찾아가면 많은 조사님들이
계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여튼...어디어디 잘나온다는 정보를 따라 낚시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전혀 정보가 없어도 릴을 던져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여러 조사님들께서는 이미 개척에 앞장서고 계시겠지만요...^^

조만간. 다시 그곳을 찾을 생각입니다.
식당 주인아저씨게 허락을 얻고 그 자리에서 다시 도전할겁니다..^^
참, 그전에 틀채를 꼭 준비해야겠습니다.

혹 틀채 저렴하게 판매하실 분 계시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좀 비싸서 솔직히 선뜻 사기가 망설여 지더라구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큰 일입니다.
오늘도 머릿속엔 온통 낚시생각뿐입니다...에궁...큰일이네..
다음주엔 월요일에 월차를 써서 황금연휴를 보낼 수 있습니다...ㅎㅎㅎ
출조계획을 세워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