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크기 :  95.5cm  장소 : 원천리



춘천호 원천리 95.5cm









그냥 일기 쓰듯이 써내려 갑니다.
반말 한다고 곡해하시지는 말아 주시길 간곡히 부탁 드리면서.....



잉어 낚시는....



민물에서는 제일 큰 힘을 맛 볼 수 있다는 점과

개체수가 많지 않아 잘 잡히지 않고 걸었다해도 끌어내기도 쉽지 않으며

한번 투척 후 맘 내키는대로 갈아줘도 되는 비교적 게으른 낚시이고

밥 해 먹고 고기 굽고 한잔씩 나누면서 꾼들과의 약간은 뻥이 가미된 대물 무용담 들어 가며

캠핑을 겸할 수 있다는데 그 매력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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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열이 받힌다.

거례리에서 양옆집에 하루 두세마리씩 나오는 걸 보고 왔으니

고기가 올라 붙기는 붙은 모양인데

꽝을 치고 철수하니 잠을 이룰 수가 없다.



메뚜기도 한철이라는데....

솔직히 우리나라 잉어 낚시의 현주소가

이계절 아니면 마릿수 조황은 기대하기 힘들지 않은가?

아님..... 장마철 오름수위나 노적가리 서리 맞을 때.... 정도?



양구다리 붙박이꾼들 중 한분이신 '하얀봉고' 형님께서 원천리에서 하시던분 철수하시고

그자리로 들어갔다는 소식을 전해온다.

전화를 끊으면서 마음은 벌써 물가에서 노닐고 있다.



진공 청소기 돌리고 걸레질하고 빨래까지 완벽하게.....

시장 보러 가는데 가방모찌까지....알아서 박박 겼다.



늦은 밤 10년을 같이한 애마를 다그쳐 출사표를 던진다.

현재 춘천호 상류 입질 유형은 새벽부터 한낮까지.... 밤에는 말뚝



현장에 도착하니 따뜻한 커피와 '하얀봉고' 형님의 푸근한 미소가 날 반긴다.

잉어도 반겨 주려나?.....

막연하지만 크나큰 기대감은 장비 셋팅과 떡밥을 뭉치며 한층 고조되어 간다.



쏠채에 떡밥을 얹어 12시 방향을 째리며 잔뜩 힘을 주고 풀스윙을 한다.

떡뎅이가 포물선을 그리며 하늘을 가른다...... 메다방의 꿈을 싣고

힘껏 후려치며 떡밥과 함께 스트레스를 날리는 원투의 재미는 잉어 낚시가 주는 보너스.



따르레기 10개와 짜장대 4대 모두를 줄을 사리고 담배 한모금 폐부 깊숙이 밀어 넣으니

살짝 풀리는 긴장감에 잠 못 자고 밤새 운전한 피곤이 쓰나미 처럼 밀려 온다.

형님께 아침 식사를 부탁하며 잠시라도 골을 괴러 차 안으로 들어갔다.



6시를 조금 넘긴시간.....

스트로펌에 끼워 놓은 따르레기 하나가 건너편 산에 메아리로 울려 온다.

두자 간신히 넘는 정도의 암컷인 모양이다.



이제 좀 터지려나? 하고 잠을 포기한 채 형님과 축대 위에 자리하고 기다린다.

시장기를 속이려 모닝커피 한잔을 위해 버너에 불을 지폈다.

채 물이 끓기도 전.........



따르레기 하나가 또다시 힘차게 돌아간다.

깡통이나 따르레기는 처음 끄는 시간으로 대충의 싸이즈를 가늠해 보는게 보통.

꽤나 긴 시간을 돌리고도 멈추지를 않아 손으로 지그시 누르는 손드랙 신공을 구사.

멈출 기미가 없던 따르레기가 일순 정지하는 찰라를 이용 잽싸게 뽑아 들었다.



묵직하다.

아니..... 나무 등걸 같은데 걸린듯한 느낌이다.

순간적으로 등줄기를 타고 전율이 느껴진다.

소름이 돋으며 온몸의 솜털까지도 곤두서는 상황

아예 따르레기는 집어 던져 놓고 양손으로 줄만 잡았다.



순간..... 한가람님의 괴산댐 메다방이 주마등 처럼 스쳐갔던 연유를 난 아직도 모르겠다.

놓치면 않된다.....라는 생각 뿐



이제껏 잉어낚시를 하며 석자를 넘겨 본 것은 단 한마리.

그때도 이렇게 긴장되지는 않았다.

그냥 최선을 다해 꺼내 보니 석자를 살짝 넘긴 정도



힘껏 내치다가 지치면 버티기..... 그 말로만 듣던 버티기

고기가 노는대로 줄의 긴장을 최대한 유지한 채 줄다리기를 한다.

한 60여 미터 앞에 진갈색 부분이 말풀로 이루어진 수초대라 한다.

상대는 그만큼 오래 살면서 산전수전 다 겪은 대물......(고기라 산전은 경험치 못 하였을 듯)

수초대로 머리를 튼 적장은 말풀을 감은 채 꼼짝을 하지 않고

살짝 당겨보면 투둑 투둑 고기는 달려 있는 상황



그러기를 삼사분.....

드디어 양자택일의 순간이 왔다.

강제집행이냐?..... 줄의 긴장을 푸느냐?.....



연륜에 의지하기로 하고 형님께 자문을 구한다.

'놔줘라 고기가 풀게......살 고기면 나가고 죽을 놈은 들어올거다....'



줄의 긴장을 놓고 기다리기로 했다.

베이지 않으려 줄을 잡은 손은 잔뜩 긴장을 유지한 채



한 일분여가 지나자 다시금 줄이 공중에 떠오른다.

크아~ 그 줄이 물 위를 떠오르는 모습..... 이거 잉어 낚시의 인센티브다.



진짠지 아닌지 나는 잘 모르지만 공기를 먹이면 고기가 힘이 빠진다는 얘기가 있는데

줄낚시는 고기를 띄어 공기를 먹이기가 용이하지는 않다.

이십 여분을 씨름 끝에 발아래 검고 누런 적장의 모습이 펼쳐지고

곁에 낚시하던 붕어꾼들의 탄성이 쏟아진다.



축구와 운전 그리고 잉어 낚시의 공통점이 있다면

전반 5분 후반 남은 시간 5분

출발 5분 도착 5분전

훜킹 순간 랜딩 순간.....인듯하다.



아차하는 순간 뜰채가 부러지고 때맞춰 옆조사님의 흰타월이 날라 온다.

수건으로 대충 머리를 덮고 꼬리를 잡은 손으로 뜰채안으로 밀어넣으며

뜰채링을 잡고 랜딩에 성공했다.

정말로 의야한건 주둥이에 딱 바늘 하나 달랑 꽂혀 있을 뿐이었다는 사실....



넥타이를 매고 다시 물에 고기를 넣은 후

대충의 비린내를 제거하려 물에 씻은 손을 옷에 비벼대고

담배를 꺼내 물었다.



시계를 보니 8시가 많이 넘었다.

담배를 문 입술과 불을 붙이는 라이터를 쥔 손에





파르르르 경련이 멈추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