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크기 :  89cm  장소 : 충주호



금요일 오후 2시 반경 충주호로 향합니다.
어디로 갈까 궁리하다가 여름에 로또와 답사차 들렸던 곳이
생각나 그 곳으로 가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이번엔 혼자 가는터라 모처럼 오붓한 낚시가될 것 같아 기대반,
설레임 반으로 가는 길이 즐겁습니다.^^ (잉어아빠님 상처 받을라..ㅋㅋ)

5시 넘어 현장 도착하여 좌대집에 문의를 합니다.
'전 잉어꾼이라 릴을 쳐야 하는데...ㅠㅠ'
다행히 요즘은 대낚꾼들이 없어 가능하답니다.
사실 잉어꾼은 좌대앞에선 숙연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 그럼 어느쪽?...'
저쪽 골에서 하랍니다.
나도 모르게 흐믓한 미소가 입가에 느껴집니다.ㅋ
내가 찍어 놓은 자리도 거긴데...ㅋㅋ

좌대 사장님이 보트에 좌대를 묶고 포인트로 이동을합니다.
수심이 얼마나 되는 곳이 좋겠냐기에 15m권을 원합니다.
그 곳 지형을 잘 아는 사장님께서 원하는 깊이에 맞춰 위치를
정해줍니다.
벼랑 가장자리 육지와 맞닫는 곳에 좌대를 설치합니다.
좌대가 아니라면 급경사라 릴 설치하기가 엄두도 안나는 곳입니다.

이십여년 전에 좌대를 타보고 첨 타보는 것인데 세월만큼 좌대도
훌륭해 졌습니다.
화장실도 있고...ㅋㅋ
3틀을 설치하고 떡밥을 넣으니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새벽 3시반경 줄이 늘어지는 첫 입질이 옵니다.
가운데 틀 수심 15m권에서 누치가 나옵니다.
동트기도 전 6시경 좌측틀 20m권에서 또 누치가 나옵니다.
깊은 수심에서 나온 누치라 그런지 크기도 두자 가까이 됩니다.
동이 트면서 우측틀 10m권에서 연실 누치가 올라옵니다.
오전 조과 누치 7마리..ㅋ
오후 3시반경 좌대 안에서 창문을 열어 놓고 내다 보는데 갑자기
찌리릭~하고 드랙 풀리는 소리가 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경보음..ㅋ
뛰어 나오니 15m권의 가운데 대가 활처럼 휘어져 있습니다.
드랙을 조금 잠그고 당겨봅니다.
묵직함이 느껴지고 조금 당기면 오히려 드랙이 풀려나갑니다.
멈추고 당기길 몇번..갑자기 뒤에 있는 뜰채가 아차! 싶습니다.
조금씩 당기며 뒤로 물러나다 뜰채를 들고 돌아서는 순간 갑자기
손끝이 허전해집니다.
이눔이 앞으로 치고 들어오나??
빠른 속도로 릴링을 해 봅니다.
아무 감촉도 느껴지질 안습니다..ㅠㅠ
밖으로 나온 바늘엔 새끼손톱만한 비늘이 한장 달랑 달렸습니다.
??????????
힘쓴거로는 엄청 클 줄알았는데 비늘크기가 어이없게 합니다.
더구나 잉어비늘 같지도 않습니다.
누치를 잉어가 덮쳤나..?????
경천호에 있던 잉사님과 통화를 합니다.
'비늘이 오백원짜리보다 커요?'
아 씨바~ 새끼손톱만 하다고 하기가 쪽 팔려서 그냥 오백원짜리..우물우물..
오백원짜리 보다 엄청크지 안으면 말도 말랍니다..ㅠㅠ

오후부터 시작된 바람은 강풍으로 변해 좌대를 엄청 흔들어 댑니다.
아침엔 영하 5도더니 내일은 영하 7도랍니다.
해지기전 떡밥을 갈고 들어오니 마치 거센 풍랑을 만난 배 같습니다.
다행히 멀미는 안하니...
잉어아빠님은 다정하게 전화를 해서 어젯밤 잠 한숨 못잤다 하니
오늘 밤에 누치만 한 10마리쯤 나왔으면 좋겠다고 속삭여 줍니다.
참 즐거워 합니다. 멀 잘못 먹어서 그런지...

좌대가 흔들려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새벽 1시반경 경보음이 울려 나가니 집게가 빠져 있습니다.
줄을 조금 당겨 보니 아무 감촉이 없습니다.
바람에 빠진거려니 하고 다시 들어가 누우니 또 경보음이 울립니다.
나와보니 아까 그 대에 불이 들어와 있습니다.
순간 짜증이 내며 불을 비추니 웬걸?...
줄이 상류로 치 닫고 있습니다.
얼른 드랙을 감고 당겨 봅니다.
묵직한 중량감, 경망 스럽지 않은 몸놀림, 차고 나갈때 느껴지는
묵직하면서도 강렬한 힘...
대물임을 직감합니다.
서서히 펌핑을 하며 줄이 늦춰지지 않도록 주의를 합니다.
차고 나가면 멈추고 다시 당기고..
영하의 차가운 맞바람에 눈이 시리다가 이윽고 눈물이 쏟아집니다.
줴기랄~ 찬공기에 콧물까지 흐릅니다.
놈은 좀처럼 올라올줄 모릅니다.
잽싸게 뜰채까지 챙겼지만 정말 징하게 안올라옵니다.ㅋㅋ
손끝에 느껴지는 감촉은 올해 잡아본 잉어중 가장 힘이 좋은 것 같습니다.
발이 시려 차츰 짜증이날 즈음 서서히 모습이 들어납니다.
크다!!
물속에 비친모습은 석자가 충분히 될 것 같습니다.
조심조심 뜰채로 유도를합니다.
수심 20m권에서 나온 넘이라 그런지 옆으로 째기 보다는 밑으로 쳐
박느라 모습을 드러낼때까지 옆줄을 거의 안건들였습니다.^^
얼굴은 눈물 콧물로 범벅입니다..ㅋㅋ

요넘입니다.










이후 바람에 떡밥에서 바늘이 이탈되었는지 아침이 될때까지 누치새끼
한마리 입질이 없었습니다.
아침에 떡밥 갈아준 대에서만 누치 한마리뿐.ㅋ
바람이 불어 떡밥 갈아줄 엄두도 안나는 상황에서 점심때쯤 철수를 했습니다.

좌대 사장님이 저의 조과를 들고 한컷!!






철수중 잉어아빠님께 전화를 했습니다.
어디서 들었는지 첫마디가 '89 뻥이지요?...ㅠㅠ'
어제의 즐겁던 목소리와 달리 한껏 풀죽은 목소리입니다.
'아니거등요!'..ㅋㅋ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습니다.
담주에 잉어아빠님용으로 좌대를 붙여서 한대 더 예약했다하니
그제사 목소리에 생기가 돕니다.
불쌍한 영감탱이 같으니라구...ㅋㅋ


좌대 탔다 머라 하지 마십시오.^^
어차피 낚시터 선정 못해 우왕좌왕하느니 차라리 좌대라도 타는게
났다는 생각입니다.
덜 춥고, 편하고...
요즘은 붕어꾼들이 없어 말 잘하면 어디던 좌대를 탈 수도 있슬것 같습니다.
시즌에는 근처에서 릴도 못치게 한다네요...ㅠㅠ
좌대료는 한사람이면 하루 3만원이고 둘이면 4만원이랍니다.
잉어포인트는 붕어와 다르니 좌대를 이동시켜야 합니다.
혹시 추위때문에 낚시를 못간다면 한번쯤 좌대를 문의해 보는것도
좋을것 같습니다.
보일러만 있다면 한겨울까지 낚시 가능합니다.^^



ps. 서울 도착하여 잉어 약 내리러 가서 확인하니 89cm 잉어의 턱밑 비늘이
새끼손톱보다도 작고 전혀 잉어비늘처럼 안생긴걸 알았습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