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욜날 잉생잉사님으로 부터 전화가 옵니다.
지금 충주호에서 잉어가 쏟아지는데 목욜날 낭인님 자리를
인수 받으라고...

갈등이 생깁니다.
금욜날이면 몰라도 목요일이라니...

일이 손에 잡히질 않습니다.
이후 마눌님 눈치보랴, 직장 동료들 눈치보랴...

수욜날 낭인님께 확인 전활 해봅니다.
옆자리에서 90cm급 2마리, 88cm 한마리가 또 나왔답니다.


'그래, 결심 했어!!!'
동료 직원을 불러 비장한 표정으로(못가면 죽을 것 같은...)
말을 합니다.
' 나 목요일부터 자리를 비워야 할 것 같아...'
내 표정에 질렸는지 순순히 다녀 오라 합니다.
꺄호!!!~~~~~~~~~


목욜 12시쯤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낭인님은 대를 걷고 계셨고, 친절하게도 본인이 치던 방향까지
가르쳐 주십니다.
'조~기부터 요기까지....'
'약 70m에 3분의 2쯤 던지고...'
제가 보기엔 3분의2가 되려면 80m쯤 던져야 할 것 같습니다...ㅠㅠ


떡밥을 달아 투척을 합니다.
아차! 3분의 2지점을 약간 오바한 것 같습니다.
낭인님이 입질을 봤다는 곳을 중심으로 좌우로 약간 벌려 봅니다.
어차피 새벽에 입질이 들어 온다 하니 조급할 것도 없습니다.

가져간 닭을 끓여 옆자리의 조은나라 조사장님과 같이 늦은 점심식사를
하며 이것 저것 물어 봅니다.
조사장님 역시 70m에 3분의 2지점을 얘기합니다.
틀림없긴한데 제 기준으로는 3분의 2면 80m입니다....ㅠㅠ

저녁에 조사장님이 떡밥을 갈아 주는 걸 보니 2분의 1에
잘 해야 60m입니다.
제 눈을 갈아야 할지.......ㅠㅠ

7시경 대를 걷어 2차 투척을 합니다.
도무지 제 생리엔 맞질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짧게 쏩니다.
2분의 1에 5~60m......


담날 아침 5시 30분에 경보기가 울어댑니다.
뛰어 내려가 보니 아주 천천히 드랙이 풀리고 있습니다.
대를 뽑아 들고 상대를 가늠해 봅니다.
엄청난 중량감, 곧장 앞으로만 서서히 차고 나가는 폼이
대물임에 틀림 없습니다.
고개를 돌릴때까지 대를 들고 기다려 봅니다.
멈칫하는 순간 재빨리 감기 시작합니다.
몇바퀴 감기도 전에 다시 놈이 힘을 씁니다.
또 같은 방향으로 드랙이 풀리기 시작합니다.
또 멈칫하는 순간 드랙을 반쯤 감고 같이 당겨 봅니다.
놈이 크게 힘을 쓰는 것 같지도 않은데 갑자기 허전해 집니다.


끌려 나온 바늘엔 풀잎이 몇개 달려 있습니다.
그 사이 100년 묵은 잉어가 풀잎으로 변신한 것 같습니다.
'저거라도 묶어서 물에다 던져 놓을까.....ㅠㅠ'


8시 50분에 다시 경보기가 울립니다.
뛰어 내려가 대를 뽑아 드니 풀잎 몇장만 달랑 올라 옵니다.
'먼놈의 잉어가 치사하게 풀잎으로 변신을 하냐....ㅠㅠ'


오후에 또 경보기가 울어댑니다.
뛰어 내려가 보니 줄이 쳐져 있습니다.
재빨리 감아 보니 또 풀잎입니다....ㅠㅠ


옆자리의 조사장님이 대를 들고 낑낑댑니다.
조는 사이 옆으로 차고 나가 이미 감아 버린 것 같습니다.
미터급을 놓쳤다고 아쉬워 합니다.
이날 주변에서 입질 받은건 이것이 전부인것 같습니다.


낭인님이 전화를 하셔서 상황을 설명해 줍니다.
낭인님도 저와 비슷한 상황이 3번 있었다 합니다.
그러면서 원인을 캐 묻습니다.
'저도 잘 몰겠어요...ㅠㅠ...'
제 생각엔 풀때문에 가까이서 흡입을 못하고 멀리 떨어져
흡입을 하니 제대로 후킹이 안되는 것 같습니다.
잉어와의 대화가 부족했던 것이 절실히 후회되는 순간입니다.

잉생잉사님이 전화를 하셨습니다.
삼탄을 거쳐, 단청교, 상진대교까지...
한마리도 못잡고 고생만 한다는 소리에 놓친 고기에 대한 아쉬움이
한거번에 사라집니다.
'거참 고소하네~.....*^^*'
제가 입질한 고기 다끌어 내는 것보다도 신이 납니다....ㅋㅋ

물은 점점 빠지고, 비는 억수로 온다하고...
상황이 점점 어두워 갑니다.


토욜날 아침에 일어나니 전날보다 물이 40cm쯤 줄은것 같습니다.
새벽 시간에 입질이 없는 걸로 봐서 이젠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오후에 퇴조하기로 햇스니 떡밥 갈기도 귀찮아 집니다.
어제 남은 떡밥으로 반만 갈아 줍니다.
비는 계속 내리고, 경보기가 오작동을 합니다.
경보기를 모두 제거하고 텐트로 돌아가 짐정리를 합니다.


잠깐 졸고 있는데 12시경 어디선가 큰소리가 들립니다.
놀라 밖으로 나와보니 옆자리의 털보영감님께서 제 낚시대의 잉어가
본인의 줄까지 감고 있다고 빨리 내려오라고 소리를 치십니다.
대를 뽑아들고 릴링을 하니 20m 전방에 잉어가 떠 오릅니다.
'어 70m가량 던져 놨는데???...'
감아 드리니 이미 탈진한 잉어는 별 저항 없이 순순히 뜰채로 들어 갑니다.
조는 사이 이미 힘을 다 쓰고 탈진 상태가 되었나 봅니다.
이런 경우 잡았다기 보다는 줏었다는 표현이 어울릴 겄 같습니다.
바늘을 확인해 보니 아래 턱에 박혀 있었고 실제로 후킹이 된건
다른 대였습니다.

대충 보니 90정도는 될 것 같은데 등이 휘어 있었습니다.
바늘이 박힌 상태로 보아 제대로 흡입이 안되는게 사실인것 같았습니다.
이런 경우 목줄을 좀더 길게 쓰는게 어떨까 생각을 해 봅니다.

낭인님이 오셨는데 텐트에 가보니 가히 슈퍼 수준입니다.
온갖 간식류에 인스탄트 식품까지...
'오재미님은 놓쳣쓸 때 화 안나세요?'
'머 그럴 수도 있죠...'
'전 화가 나서 잠도 안와요. 오래 하셔서 그런지 몰라도 전 아직까지
화가 나네요...'
대단한 집념의 사나이입니다.
조만간 고수가 될 것이 확실합니다.
낚시 예법만 제대로 배우신다면 짧은 시간에 조선의 경지에 오르시리라
장담을 합니다.


잉어사랑의 꽁지님께서 정확한 계측을 해 주셨습니다.
88cm.
등이 휜건 어릴적 그물에 걸린 탓이고, 제대로 피면 91cm가 나온다 합니다.
88이건 91이건 이건 저의 기록이 아닙니다.
줏은거니까.......ㅠㅠ


돌아 오는데 날씨가 점점 좋아집니다.
돌아 오며 내내 기상청 원망을 합니다.
'쓰불넘들, 이럴줄 알았스면 하루 더 하는건데....'



PS:
낚시하는 동안 다녀가신 잉어사랑 횐님들, 도시락까지 내주신 대물잉어 횐님들,
털보 영감님, 바닥지형까지 꼼꼼히 설명해 주시던 꽁지님...
모든분들의 친절함에 감사드립니다.
특히 자리까지 내 주시고 친절히 포인트 설명까지 곁들여 주신
낭인님께 감사드리며, 어서 조선의 반열에 오르시길 진심으로 기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