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3일 금요일 그날은 유난히 햇살이 따사로운 오후였어요.

늦은 봄을 마지막으로 물가에 나가지 못한 나는 온몸이 근질거려

잉어나라 최고의 꽃미남 옵퐈께 전화를 해요.

지난주 지키지 못한 약속이 떠올라요.

벌써 경춘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는 비보 같은 낭보를 들어요.

어디든 무조건 동참을... 겁도 없이 약속해버려요.



이런 된장... 약속을 하고 나니 더럭 겁부터 나요.

해도 짧아질대로 짧아진 계절에 네비 없는 초행길 코스를

오후 4시에 준비하기 시작하는 무모함을 저질렀어요.

하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이에요.

오늘도 약속을 어기면 잉어낚시계에서 늑대소년이 될꺼에요.

이것 저것 차에 싣느라 염병을 떨어요.



요번 출조의 컨셉은 계절 감각에 맞춰 '대물낚시'로 결정을 해요.

한마리를 걸어도 석자 이상을 꿈꾸며 마음은 벌써 물가를 헤메요.

까재미 눈을 뜬 마눌마왕의 따가운 시선이 뒤통수에 꽂혀요.

후덜덜 떨리지만 기냥 무시해버려요.

이미 잉어와의 약속이 내 간뗑이를 입퐈이 키워 놨어요.

잘 다녀오라는 인사에 썩소를 날리며 차에 힘찬 시동을 걸어요.



새로난 경춘고속도로보다 어짜피 늦은거 백수 차원에 금전 문제도 있고

예전에 풀빵구리 지집 드나들듯이 뻔질나게 다녔던 경춘국도를 택해요.

언젠가 언급했지만 이길을 지날 때면 소식적 생각이 나요.

춘천 초입 의암댐을 건너 기억을 더듬어 잼보리 길을 찾어요.

이런 지엔장 이럴줄 알았어요.

날도 저물고 길가 주변도 많이 변해 잠시 버벅대다 홍천길을 지나쳤어요.

차를 돌리며 나이 들어 떨어진 총기가 원망스러워져요.

소양호 파로호길의 인간 네비게이션이었던 지난 시절이 그리워져요.



방금 전까지 상콤했던 기분은 다날라가고 등뒤에는 소금끼 가득한 육수가 흘러요.

불과 두시간 전에 충만했던 사기는 온데간데 없고 더럭 겁부터 나요.

세월의 무상함에 안구를 적신 액체를 기름때 낀 소매로 닦아요.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어요.

매연 때문에 조여버린 부란자를 원망하며 힘겹게 느랏재를 넘어요.



상걸리 초입에서 마눌마왕님께 최대한 닭살스런 멘트로 마지막 통화를 해요.

비위에는 안맞지만 훗날을 도모하는 기름칠이라 생각해요.

이제부턴 오로지 촉을 믿고 가는 수 밖에 없어요.

해는 져서 어두웁고 초행에 통화도 않되는 귀곡 산장행 같은 길을

육수에 범벅이 되며 삼십분간 직진만 해요.

이넘의 비포장 산길은 소방도로 처럼 건너편 차와 마주치면

한대가 빠꾸해줘야 하는 대략난감 구불구불 외통수 길이에요.



예전 기행기 중에 산으로 잉어 잡으러 갔었다는 말이

불현듯 떠오르며 오금이 져려와요.

우여곡절 끝에 멀리 희미한 텐트 불이 보여요.

직감적으로 꽃미남 횽아 텐트라 생각하며

'해냈다'를 외치며 정말 기분이 캐상콤해져요.



대낚과 릴 짬뽕 낚시를 구사하는 두사람이 낚시를 해요.

한사람은 차를 개판으로 대놓고 빼줄 생각도 안해요.

이런 우라질레이션 !!!



요부쇼~ 아무리 산골 구석 길 끝이지만 다른 차가 지나갈 수 있게

한쪽으로 바짝 대고 낚시 해야 하는 것 아니오?

빨리 차 좀 빼쇼~ c 8

.

.

.



.....이라는 말따위는 꺼내지도 못하고

좀 나옵니까~? 라는 맘에도 없는 대사를 쳐요.



이런 개념 상실 모드로 사는 사람들은 죠낸 두둘겨 패서

물에 쳐넣고 싶지만 돈도 빽도 힘도 없는 자신을 원망하며

캐난장을 위해 대충 차를 수평으로 맞춰 대고

꽃미남 횽아의 텐트로 걸음을 재촉해요.



반갑게 맞아주는 횽아와 횽아 친구분을 보며

안도의 눈물이 앞을 가려와요.

이미 떡뎅이 던지기는 늦은 시간이고 해서

대신 두꺼비를 잡기로해요.



낚시완 거리가 먼 훃아들 살아오신 남아들의 훈훈한 옛얘기에

메타 잉어는 안드로메다로 날아가고

영혼이 살찌는 훈훈한 대화로 밤을 밝혀 보아요.



한잔이 두잔이 되고 술이 술을 먹다가 내가 술과 정에 취해가요.

큰일이에요.

물뽕 맞은 것 처럼 점점 의식이 몽롱해져요.

이건 꽐라의 전조라는 걸 본능으로 감지해요.



처음 뵙는 횽아 친구분께 실수를 하면 안된다는 생각에

찬바람 쐬며 정신 좀 가다듬으러 밖에 나와서 물을 버려요.

훈기가 몸에서 1리터 이상 갑자기 빠져나가니

오환이 들어 몸이 부르르 떨림을 느끼며 자라 대굴빡을 털어요.

괜찮냐는 횽아들의 걱정 어린 질문에

아직은 버틸만하다는 망언을 하며 객기를 부려요.



아침 설거지로 결례나 실수를 만회하려 부산을 떨어봐요.

이틀을 지냈지만 역시 잉어 낚시는

좋은 공기 마시며 휴양했다 치는게 정신건강에 좋다는

매번 같은 결과에 기꺼이 승복하며 다음을 기약하며 짐을 싸요.



전생에 나라를 팔아 먹은건지

그넘의 1m 오버 싸이즈는 언제나 만날 수 있을까~?





한가람 형님과 친구분께 누가 되지나 않았는지 심려가 되요.

이자리를 빌어 좋은 시간 함께 해주신 두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려요.

혹여 실수나 결례가 있었더라도 너그러이 용서를...........



물 좋고 공기 좋고 사람 좋은 낚시를 추구하는 .....방생왕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