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선배와 평일날 술을 먹던 중에 낚시 한번 따라가서 바람 좀 쐬고 싶다는

말에 흔쾌히 한번 모시겠다고 말은 했지만 막상 약속한 전날이 되니 짐챙기기가

무지 귀찮다.

바늘도 다시 묶고 먹을 것도 챙기고...

혼자서만 다니다가 두사람 분의 먹을 것, 마실것(술), 구워먹을 고기와 양념등

평소 간단한 부식만 가지고 다니던 내가 두사람이 편하게 즐기고 잘 것까지

준비하다 보니 여간 부산스럽지가 않다. 게다가 모기가 워낙 많은 곳이라 혹시

몇가지를 빼먹었다간 개고생 할지도 몰라서 더 신경이 쓰인다.

결국 1시가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어 자는둥 마는둥 5시에 일어나 마무리 점검을

하고 선배를 태워 강화도로 향한다.

석모도행 첫배는 놓치고 그 다음 배로 들어가 일단 낚시대부터 피는데 아침부터

더위가 장난이 아니다.

상류에 잉어가 산란이 붙어서 잘하면 대박이 가능도 할듯 한데.

캠핑하기에 좋은 자리가 다른 사람이 먼저 않은 관계로 다시 중류로 내려와

놀기 좋은 곳에 퍼질러 대를 펴고, 텐트로 치고, 파라솔에 모기장까지 설치하니

나중에 걷을때가 걱정되서 그렇지, 일단을 좋다.

그래도 내가 대를 까는동안 처음보는 파라솔과 텐트까지 잘 설치하는 선배

덕분에 오히려 혼자 왔을때 보다 더 편한 것 같다.

은근히 기대했던 아침장에 이어 오후장도 꽝을 치고 캐미를 꺽고 한참 시원한

모기장안 파라솔에서 대화와 술이 무르익던 10시경 오른쪽 골에 던진 47대가

딩동 소리를 낸다. 반가운 마음에 달려갔더니 오른쪽 42대 쪽으로 짼다.

특이하게도 42대를 넘어서 물가쪽으로 째는 것이 희안한데 무게감은 별로

없는 듯 했는데 '우외왝' 거리며 울어대는 대에 느껴지는 파워가 장난이 아니고

째는 스피드가 남다르다. 스피드? 무게감은 적은 듯 하고, 혹시 숫놈 발갱이?

쇼타임이 지나자 끌려오는 무게감이 개씨알의 느낌, 갑자기 급실망 모드,

결국 45정도 되는 발갱이 였는데 숫놈이라 제법 힘을 쓴 것이다.

그래도 이곳 잉어의 파워는 저수지 치고는 역시 남다르다.

속으로 '에이 바로 놔줄까' 하다가 고운 살림망에 넣어 담가놓고 왼쪽 골에

널어둔 대쪽으로 떡밥을 가지러 갔는데 대앞에 도착하자 마자 오른쪽 44대가

덜컥 하며 끌려간다. 이게 왠떡이래, 하며 대를 잡았는데 푸다닥 하며 금방

끌려온 넘의 정체는 배스다. 떡밥에 배스가 잡힐 확률은 얼마나 될까?

게다가 바늘을 10cm는 삼켰고 남은 바늘이 원줄에 똥떵어리 처럼 엉켜서

완전 민폐의 극치다. 모기는 물어대고 바늘을 빼려다 몸부림 치는

배스에 엄지손가락을 바늘에 찔리기 까지 하고, 오! 마이 갓

약간 고민을 하다, 급하게 원줄을 조금 자르고 목줄을 다시 달아서 투척.

47대도 다시 투척. 모기가 옷위에 달려들어 몇방을 헌납하고 잽싸게 모기장

안으로 피신, 다시 화기애애한 술자리가 시작되었다. 이어 얼큰해진 술자리가

끝나고 막 자려고 하는데 '딩동' 언제들어도 기분좋은 벨소리가 들린다.

다시 47대에 그분이 오셨는데 대를 끌고 가는 품새와 고무줄을 당길때 느낌이

이분은 조금 틀리시다. 대를 잡아서도 이번엔 왼쪽 본류쪽으로 째는데 그쪽에

물속 둔덕이 가로 막고 있어서 줄을 주면서 몸으로 이동해가며 대를 세운다.

그냥 버텼다간 대가 부러질만한 파워에 한 5미터 왼쪽으로 끌려가며 버텼는데

무시무시하게 울어대던 줄이 더이상 오지도 가지도 않는다. 혹시? 생각해보니

거기 얕은 물가쪽으로 고사목이 숨겨진 곳에서 줄이 멈춰있다.

이런 제기랄 나무에 감은 것이다. 아놔! 바다장대였으면 어느 정도는 버텼을

텐데 수파대로 잉어를 쪼다보니 이련 일이 벌어진다. 하필이면 근처에 하나있는

수몰나무에 그것도 둔덕위에 1m 수심에 있는 수몰나무에 감다니 그놈의 잉어

아이큐가 무지 높은 놈이 틀림없다.

아쉬운 마음에 담배를 한대 피고 잠자리에 들었고 다음날 아침 6시경 일어나니

벌써 햇살이 퍼져있다. 부지런히 밥을 갈아주고 나도 밥을 먹고 담배를 피며

기다리길 두시간, 드뎌 울리는 딩동소리 이번에는 오른쪽 골에 42대다.

앗싸, 조금은 실망스런 65씨알의 잉어지만 시원한 손맛을 안겨주며 무사히

건졌다. 일단 마수는 했고, 더도 말고 70짜리 하나만 와라 하며 기다리길

다시 두시간 이번에도 똑같은 42대가 딩동소리의 주인공이다.

즐거운 마음에 고무줄을 당기는데 툭하는 느낌이 이상하다. 이런 빠졌나 하며

고무줄을 슬며시 당기니 툭툭 치는게 아직 달려있다. 오예! 하며 다시 힘차게

당겼더니 이런 허당이다. 그러더니 두바늘에 왕비늘이 각각 한개씩 꼽혀서

나온다. 내막을 보니 두시간전 잉어를 잡을때 목줄이 뜰채에 쓸린듯 약해진

상태에서 입에 걸린 바늘은 터지고 등에 걸린 바늘 두개만 남았다가 다시

고무줄을 당기니 두바늘에 걸린 비늘이 각각 벗겨지며 다시 빠진 것이다.

이론 제기랄, 될듯 말듯 2% 부족한 조행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마지막으로 크지 않은 넘이지만 선배가 애들 보여주고 싶다고 사진을 찍어주길래

한방 찍고 철수를 했다. 입질은 많았는데 소득은 별로 없고 밤에 고사목에 걸어

터트리는 바람에 원줄도 다시 묶고 하리 모기들만 좋았던 조행이 아니었나?

조금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