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산에 다니느라 낚시를 잊고 있다가 봄이 되니 산보다는 낚시를 하고 싶다

그래서 4월말에 오랫만에 하리를 방문하여 붕어낚시를 했더니 온몸이 피곤하고

그 휴유증이 상당하여 이젠 잉어로 전환해야 되나 심각하게 고민중에 잉어의

계절 5월에 등장한 황금의 연휴를 맞아 잉어낚시를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

마음 같아서는 한 3박정도 때려주고 싶지만 5월 2일은 어머님을 모시고 절에

가야 하기에 1박을 예정으로 석모도행 철부선에 몸을 실었다.

모처럼 편한 컨셉으로 잉어낚시만 전념하려 항포지로 예상지를 잡았지만 물때를

보니 붕어 확률이 높다는 판단이 들자 결국 하리로 갑자기 마음을 바꾸어 또 꽝

뒤늦게 아침에 잉어로 전환하여 낮시간을 쪼아보았지만 역시 꽝.

항포로 갔으면 잉어 몸맛을 한번은 봤을텐데 싶어서 후회를 했지만 지나간 일.

피곤한 몸을 이끌고 2일간 집에 봉사를 하던중 호수공원에서 집사람과 애들을

태우고 자전거를 타고 있는데 날씨가 너무 좋으니 자꾸만 엉덩이가 들썩인다.

모처럼 집사람 기분이 좋은듯해서 슬쩍 운을 띄우니 어라! 될듯도 하다.

빼도 박도 못하게 그동안 낚시한번 데려가 달라던 문외한인 친구녀석을 섭외하여

약속을 잡아버렸다.

조금은 늦은 시간인 5시 반이 다되어서야 출발을 하여 석모도에 도착하니 해무가

잔뜩 끼어서 날씨가 우중충 모드다.

주변은 어둑어둑 해지고 포인트를 고를 시간도 없고 해서 무조건 야영하고

놀기 좋은 포인트로 자리하여 낚시대부터 2대 깔고 경보기 설치하고 텐트치고,

급하기가 번개불에 콩구어 먹기다.

낚시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에다 텐트를 쳐놓으니 거리가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고 안성마춤이다.

모처럼 낚시터에서 고기굽고 술판을 걸직하게 벌인후 편안하게 침낭속을 직행.

술기운에 잘 자고 새벽에 일어나서 보니 왼쪽에 47대 찌가 조금 움직인듯 하다

잠시 고민하다 다시 밥을 던져 넣고 찌를 응시했더니 다시 졸립다.

다시 취침. 잘 자고 있는중 갑자기 영롱한 띵동소리가 울린다.

오~예~~ 하며 일어나서 내려다 보니 친구넘이 낚시대를 잡고 있다.

너 뭐하니? 했더니 그냥 심심해서 건져 봤는데 떡밥이 안달려 있단다.

한참 황금시간이 아침 6시경에 이런 된장맞을넘. 속에서 온갖 욕이 꿈틀거리는걸

참으며 간단히 설명을 하고 밥을 다시 갠다. 갖고 있는 잉생잉사 떡밥이 오래된

것이고 빠른 승부에는 안어울릴듯 하여 붕어용 신장떡밥을 개어서 두대 모두

갈아준후 아침을 먹고 주변 붕어포인트를 답사중 친구녀석이 배가 아프다고

휴지를 가지러 갔는데 잉어났시대 주변에서 빨리오라고 난리다.

수신기를 꺼놓고 깜박하고 있는 틈에 하필이면 대를 차고 나갔나 보다.

갑자기 탐사중이던 붕어대를 팽개치고 크로스 컨트리 선수가 되어서 바람처럼

날아간다.

가보니 47대를 차서 고무줄이 다풀려있고 오른쪽 낚시대를 희안하게 감아놨다

일단 침착하게 오른쪽 낚시대를 먼저 걷어서 얼힌 고무줄을 풀고 접어놓은후

고무줄을 당기니 반항이 만만치 않다. 직감으로 제법 큰놈이구나 하며 당긴후

낚시대를 잡아서 세우니 오른쪽으로 짼다. 반대쪽으로 대를 조정하니 한참후엔

왼쪽으로 짼다. 또다시 좀 쉬는 도중 물에 희끝히끝 비취는데 얼핏해선 70중반

정도 되보인다. 그리곤 다시 힘을 쓰는데 장난이 아니다. 금방 팔뚝이 아프다.

마침 옆에서 껄떡대는 친구에게 간단히 요령을 가르쳐 주고 대를 넘겨준다.

친구녀석이 몸맛쑈를 즐기는 도중 우모복을 벗어서 놓고 다시 대를 잡고 나또한

몸맛쑈를 만끽한다. 그러나 좀처럼 지치지 않고 꾸준히 힘을 쓴다.

잠시 쉬었다가 차고 나가기를 반복하길 20분이 지나자 조금 수그러드는듯 하여

다시 친구에서 대를 주고 즉석에서 뜰채질 요령을 속성 강습하는중 이넘이 다시

힘을 쓴다. 친구녀석은 똥싸는 표정으로 팔 아퍼 죽겠단다.

다시 대를 넘겨받아 몇번의 시도끝에 공기를 먹이고 뜰채에 담는데 성공.

항포지 잉어가 다 그렇지만 이넘도 빵이 대단하다.

대충 뼘으로 재니 80중반 정도는 너끈할듯 싶다.

넥타이를 묵어 물에다 놓으니 너무 지쳐서 가질 못한다.

일단 철수 준비를 마치고 줄자로 재보니 87cm가 나온다.

워낙 빵이 좋으니 줄자의 굴곡을 계산해도 직선거리로 85cm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은데 어차피 90은 안넘으니 그냥 들고 있는 사진만 한장 박고 방생했다.

그런데 처가에 들렀더니 장인어른이 사진을 보시고 갑자기 잉어가 드시고 싶단다

작년에 목뼈에 문제가 생기셔서 전신이 마비됬던 이후로 누워만 계시다 많이

좋아 지셨는데 요즘 보신에 부쩍 관심을 보이신다. 얼마전 한약을 한재 해드렸

더니 효과가 있었는지 잉어 잡으면 놔주지 말고 가져오라신다.

속으로 오케바리 쾌재를 부른다. 집사람에게 좋은 핑계거리가 생겨서 앞으로의

잉어조행이 순탄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