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달력을 한장밖에 남겨놓질 않았네요.
한 30-40년 전에 고향 마을의 이 시기엔
물댄논이 꽁꽁 얼어 썰매를 지치기도 하고
양지바른 노젓가리에 기대어 딱지 따먹기 놀이 하기도 하고 그랬는데
요즘은 12월인데도 날씨가 포근 합니다.

지난주 경천호에서는 경천동지할만한 일이 일어날뻔 하다가 조용했슴니다
주간날씨가 좋은걸 보니주말이면 또 짐을 싸고 떠날게 뻔 합니다.
상계동에서 목동까지 원투를 해서 물레방아님에게 동촌리 미끼를 던짐니다
물면 좋고 안물어도 혼자 가기로 하고....^^

지난 경천호 조행기를 naksimania.net사이트에 링크를 걸어 올렸더니
한분이 말씀 하시데요
*아무리 텐트속에서 벨소리 듣는 낚시이지만 이 추위에 객기부리는거 아니냐고....* ㅋㅋ
객기라...과히 듣기 좋은 말은 아니죠.
naksimania.net사이트 저를 포함한 동호인들은 겨울이 되면 더 많은 활동을 하고 활기가 넘치는 이상한 사이트죠 ^^
경천호 출조를 객기라 한다면 그 사이트 동호인들중 활발하게 활동하는 주력들은
전부 객기꾼일겜니다
12월 1월 2월 가리지 않고 눈보라 강풍속에서도
낚시하러 남도 섬까지 출조 하니까요

사실 리플이라는게 조심스럽죠
상대방을 보지 않고 오직 모니터상에 글을 쓰는거라
감정이나 표정을 읽을 수 없기에 종종 오해로 싸움이 붙기도 합니다

또한번 객기를 부려 동촌리 행을 감행합니다
밤늦게 도착한 동촌리 장박터엔 물레님이 텐트를 쳐 놓고 절 기다리고 있었고
전 물레님 아지트에서 한 300미터 떨어진 지점에 장사정포를 설치하고
밤중에 쑈를 합니다

담날 아침 동촌리를 보니
봄부터 초겨울까지 낚시꾼을 포근하게 안아주던 모습과는 다르게
좀 스산한 느낌이 드는 그런 풍경이었슴니다.
그러니 객기 부린단 소릴 듣지...ㅎㅎㅎ

철지난 낚시터의 철모르는 낚시꾼 두사람이 텐트속에서 웅크리고 있슴니다.
아마도 에베레스트 등정하는 사람들 보면
미쳤다고 목숨걸고 이 겨울에 등정하냐?
아니 겨울이 아니더라도 등산에 목숨걸일 있나??? 하는 눈초리로 바라보는게
일반적인거 같슴니다
아마도 낚시를 모르는 사람이나
겨울에 낚시를 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어쩌면 동촌리 바보 두사람에게 같은 물음을 던지지 않을까 하네요.

하긴 가곡지에도 바보 몇사람 출현했다는 이야기 듣긴 들었슴니다 ^^


남들이 하지 않은 그 무엇을 한다는거
색다른 맛과 멋이 있기도 하고
또 짠한 감동도 있슴니다


물고기를 잡는다는거 아니 낚는다는거
흔히 낚이는 것이라면 재미가 덜하겠지요
잘 안잡히는거 잡히면 흥분되고 ...분이기 업 되고...
쌀쌀한 기온속에서 물속의 생맹체를 걸어 낸다는것은
어쩌면 원시적인 인간의 삶이 아닐가 하네요
그 원시를 지향하는 내면의 그 무엇들이 주말이면 꿈틀거리니 이거 영~~~
고치기 힘든 불치병이 맞긴 맞나 봅니다

토요일 오전에 물고기 밥을 주는건지
의례적인 행위를 하는건지
어제 저녁 10개의 핵탄두에 이어 또 열개를 던짐니다.
물레방이님은 캠핑온게 맞는거 같고
한틀에 어제저녁엔 안던지고 토욜오전에 던짐니다
그리고 철수시까지 안던지데요.
그러고 보니 캠핑나라가 성적이 저조한 이유를 알겠더라구요...ㅋㅋ

전 오후에 또 던지고
저녁 7시쯤 어둠속에서 또 던짐니다
저수온기에 물고기들이 활동 잘 안하는 시기인지라
인해전술이 아닌 떡해전술로 드리대 봄니다 ^^
총 40발을 던지고 나니 출출 하네요.

물레님이 사온 막걸리 두병과 청하 두병은 이미 비운지 오래인지라
술이 떨어졌네요.
사실 제가 술을 안사가지고 갔걸랑요
물레님이 술 안마시는걸루 알고 있었는데 저의 착각이었슴니다
술은 생각나고 술은 없고...
오밤중에 술 구하러 시동을 걸어봄ㄴ다
사실 작은 고개 하나 넘으면 술을 구할 수 있슴니다
한 1000미터 떨어졌나???

술 두병 꿰차고 오니
물레님이 맛있는 낙지 연포탕을 준비 했군요
연포탕과 닭갈비로 소주 두병을 마시고 잠이 들었슴니다.
난로를 피웠드니 텐트 안에서 비가 내리네요^^

모처럼 깊은잠을 자는데
기대하지도 않았던 (그러면서 40발이나 투하햇던) 딩동이 연속적으로 울림니다
이상하다 딩동이 딱 두번만 울리고 안울리는데 언제부터인가 연속적으로울리니
좀 귀찮기도 합니다
잽싸게 일어나 텐트 문열고 차 시동걸고 저의 미사일 발사대에 도착하니
램프가 하나 켜져 있고....집게는 빠지지 않은걸 보면
떡광어 짓이 분명 합니다.
흥분을 가라 앉히고 릴링 해 보니 떨어져 나가고 없네요...젠장
떡광어 잡아 물레주려고 했던건데...ㅠㅠ


또 잠이 들고 ...한 두시쯤 되었을까?
물레님의 경보기가 울리기 시작합니다.
물레님보다 제가 먼저 달려가 보니 줄이 쳐저 있는게 떡광어 짓이 분명 합니다
이젠 아예 풀을 박아버렸네요...ㅠㅠ

이렇게 한겨울의 동촌에선 상상하지 못했던 두번의 딩동이 있었슴니다


쩝~~~
하지만 싸한 날씨가 분위기 띄워주는 그런 풍경이었슴니다
물레방아님 고생햇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