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의 조행기를 씁니다. 뭐~ 여러분들께서 짐작하시는 대로 꽝 조행기입니다. 산 좋고 물 좋고 바람 좋은 강원도 홍천의 산골짜기!
적막함이 흐르는 가운데 어쩌다 한번 지나가는 자동차의 엔진 소리만이 여기 또한 문명 세계의 속도에 포함된 곳임을 말해 주고는 했습니다.

8월의 마지막 주말.
금요일 오전부터 대낚을 즐기는 선배 한 분과 강원도 홍천의 한 계곡지로 향합니다. 저수지의 이름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이유요? 잉생잉사님의 간곡한 당부가 있어서입니다. 가을 되면 자기가 집중적으로 팔 거라나 뭐라나~ 헹!!!
잉생잉사님, 거기 안 가기만 해봐라!
거기 가서 최소한 일주일 장박 안 하기만 해봐라!

출조하기 나흘 전, 잉생잉사님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강원도 홍천의 한 저수지에 있다네요. 그래서 제가 금요일에 모처럼 출조 계획 잡았다고 하니까 대뜸 강원도 홍천에 아주 좋은 계곡지가 있다고 입에 거품을 뭅니다. 작년에 자기가 80대 후반 잉어를 낚았다면서요. 거기는 나오면 무조건 대물이라고 거품을 무는데, 거기 안 넘어갈 수가 있나요.

금요일 오전, 선배와 함께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양평을 거쳐 홍천읍을 끼고 목적지로 향합니다. 걸린 시간은 두어 시간 반 정도?
목적지에 도착하니, 와우! 산도 좋고 물도 좋아!
우당탕당 빨래하는데... 아니, 부랴부랴 세팅 하고, 떡밥 뭉개 던지고, 텐트 치고, 선배 또한 대낚 넉 대를 펼치니... 이제 남은 건 릴대에는 잉어가! 선배의 대낚에는 붕어가 와서 붙어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죠.

오후의 따가운 햇살에 땀이 뻘뻘 흐릅니다.
선배는 대낚의 밑밥을 열심을 던져주며 붕어를 유혹하지만, 어쩐 일인지 찌는 요지부동! 잠자리가 늘어지게 잠을 잡니다. 해가 뉘엿해질 때까지도 당근 릴에도 소식이 없습니다. 물론 벌써 소식이 올리 없지요. 잉생잉사님 말로는 여기는 대물만 낚이는 곳이니까 입질이 빨리 오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밥 짓고 고기 구워 저녁 먹고, 소주 한 잔 하는 동안 선배는 열심히 떡밥을 갈아 던지고 지렁이를 바꿔 달아 던집니다. 저 또한 떡밥을 갈아던집니다. 이상한 것은 떡밥을 갈아주려고 보니까 바늘에 온통 돌말을 비롯한 물밑 식물들이 잔뜩 딸려나오는 것입니다.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렇게 별이 쏟아져 내리는 밤이 지났습니다.
선배는 선배대로, 나는 나대로 곯아떨어져 자는 동안에도 아무런 어신도 없었습니다.

이튿날 아침, 떡밥 열 개를 뭉개 던질까 말까 고민하다가 잉생잉사님께 전화를 합니다.
"던질까요, 더 기다릴까요?"
"거기는 오전 시간대가 피크예요. 지금 던지면 잉어를 쫓는 거나 만찬가지예요. 아 제가 있는 곳이요? 송전지예요."

떡밥을 안 던지고 오전 늦게 아침 겸 점심 먹고 오후 2시까지 기다립니다.
아무 소식도 없습니다. 그때 동네 주민이 지나가다 들러서 말합니다.
"에그, 여기 고기 없어요. 배스 낚시면 모를까. 배스가 다 장악해 버려서 틀렸어요. 또 물바닥이 청태며 돌말이 잔뜩 자라 있어 떡밥이 거기 묻혀 고기가 알고도 입질을 못할 거예요."
아하! 그렇겠구나. 아무튼 딸려 나온 청태며 돌말 따위 식물들이 대단했거든요.

그 길로 두 말 않고 철수를 서두릅니다.
집으로 오는 길. 횡성의 편도 1차선의 지방도를 달리며 완만한 고갯길을 넘습니다. 고갯마루에 올라서자 약 30미터 전방에 트라제 한 대가 서 있는 게 보입니다. 경보기를 빵빵빵 울렸지만, 움직이지 않습니다. 당근 비켜가려고 중앙선을 넘습니다. 중앙선을 넘어서자 문득 트라제가 서서히 움직입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아무런 신호도 없이 죄회전을 시도하며 중앙선을 넘습니다.
급히 클랙션을 울려 보지만 트라제는 멈추지 않고, 제 차는 내리막길 근접한 거리에서 시속 약 50키로 정도에서 브레이크를 잡아보지만 밀리며 트라제의 운전석 문을 들이받습니다.

내려서 보니 제 차를 가로막은 트라제 운전자는 아줌마! 길을 찾느라 가다 서다 하다가 뒤에서 오는 차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보잘것 없는 제 차는 우측 앞범퍼가 깨지고 우측 타이어 윗부분의 덮개 같은 것도 완전히 나가고, 무엇보다도 우측 앞바퀴 축이 완전히 먹어들어가 운전불능 상태!

결국 횡성읍의 공업사에 맡겨놓고 렌트카를 이용, 귀가해야 했답니다.
지금 제 차는 횡성읍의 공업사에서 수리중이랍니다.ㅠㅠ
좀 황당한 것은 사고 당시에는 자신들의 과실과 사고의 직접 원인 제공을 다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던 그들이, 사고의 원인 제공은 인정하지만, 자신들이 더 억울하다며 보험사에서 제시한 7:3 또는 8:2의 책임 비율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입니다.

아무튼 모처럼의 출조! 가을맞이 출조는 잉생잉사님의 뻥에 힘입어 보기좋게 "꽝!"이라는 빛나는 훈장을 받았고, 사고까지 덤으로 받게 되었답니다.ㅠㅠ

그 저수지 이름!
잉생잉사님의 당부대로 절대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그 대신, 잉생잉사님은 9월에서 12월 사이에 그 저수지로 가서 최소한 일주일 이상 장박을 하고 그 결과를 여기에 조행기를 올리셔야 합니다.
잉생잉사님!
"구름(雲)이 앉아 머무는(坐) 연못(池)"에 반드시 납시어
대물하시기를!
그리하여 잉어광의 웬수를 갚아주시기를!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