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사진이라 사진은 차차 올리기로 하겠습니다.
일단 한가람님과 잉어아빠님께 감사드립니다.
두분 장비의 결합으로 드뎌 꽝조사를 면했습니다...^^

사정은 이렇습니다.
금요일 1시 청주에서 미팅을 마치니 시간이 4시.
어차피 들어가야 퇴근시간이고 회사에 전화합니다.
미팅이 길어질 것 같다고...여기서 바로 퇴근하겠다고...
제 차 트렁크엔 하루분의 식량과 야영장비 그리고 낚시도구 일체가
준비되어 있기에 바로 출조를 결심합니다.
노산리? ㅎㅎㅎ 안가렵니다...

진천에 있는 백곡지로 정합니다.
지난 번에 잠깐 들른길에 꽝을 안겨준곳...
하지만 이번에는 기분이 다릅니다.
일단 장비가 다르니까요^^

술도 두어병 사고 안주거리도 조금 준비하고
백곡지에 도착! 아직 어둠이 짙게 깔리진 않았기에
한바퀴 돌아봅니다. 지난번 했던 자리엔 천막이 하나 있습니다.
미련 버리고 다른자릴 찾다가 적당한 곳을 발견합니다.
주차하기 편하고 짐을 조금 옮겨야 하지만...(고작 10미터도 안됩니다..ㅎㅎ)

떡밥 만들고 준비를합니다.
장비는 좋은데 받침틀이 안좋군...
조만간 받침틀 하나 준비해야겠습니다..
릴꼿이 땅에 박는 소리가 밤공기를 울립니다.
슈퍼대 5대, 파워캐스터 1대 총 6대를 투척!

밤이라서 잘 모르겠지만 수면에 떡밥 키스하는 소리가
한참후에나 들립니다...^^
개별 경보기 달아놓았으니 이제 한잔 해야 합니다.
텐트를 칠까하다가 그냥 차 안에서 자기로 합니다.
뒷자리에 침낭 펴 놓고 소맥을 만들어 한두잔 비우다보니
기분이 알딸딸 합니다.
잠 자기 전 물가로 내려가 다시 확인하고 잠에 듭니다.


얼마나 잤는지 시계를 보니 8시가 가까워옵니다.
담배 한대 꺼내물고 커피물 올리는데
경보기가 울어댑니다. 드뎌 왔구나...
얼마만의 잉어인가....ㅠㅠ
초릿대는 꾸벅꾸벅 절을 합니다.
스풀 돌아가는 소리...
힘차보이지는 않습니다.

대를 세우고 릴링을 시작합니다.
묵직한게 뭐가 달려있기는 한데 치고 나가질 않습니다.
어? 아닌가?
그냥 계속 릴링을 합니다.
전방 10미터에서 갑자기 녀석이 방향을 바꿉니다.
오호 잉어 맞구나...^^
제압하고 계측하니 62cm가 나옵니다.
ㅎㅎㅎ...60은 넘겼네^^

얼마만에 만난 잉어인지...ㅎㅎㅎ 기분이 째집니다.
넥타이를 들었다가 놨다가...자 가져다 놓고 사진도 찍고
간만에 얼굴 보여준 녀석을 맘껏 희롱합니다.
백곡지 수면 위로 한가람님과 잉어아빠님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근엄한 장관입니다...고맙습니다..ㅠㅠ ^^
두분 덕분에 드뎌 올해 가기전에 잉어를...^^

커피는 마셔줘야 합니다. 그래야 본격적인 아침의 시작이니까요...
한가람님께 분양받은 의자에 몸을 기대고 커피 한 잔에
담배 한모금에...이 기분 최곱니다.

아침을 먹어야 합니다.
트렁크에서 전투식량을 꺼냅니다.
혼자다닐땐 밥 해먹기 귀찮고 라면 끓이기는 조금 싫어서
전투식량을 먹습니다.
군대 있을 떄 생각도 나고 제법 먹을 만합니다.
아직 밥을 다 먹지 못했는데 드뎌 역사적인 일이 발생합니다.
고요한 아침 정적을 깨는 경보기 소리...

이야, 오늘 대박이군...
첫번째 입질과는 다릅니다. 초릿대 휘는 모양새도 제법 근엄하고
줄도 일정한 간격으로 풀려나갑니다.
뭔가 느낌이 다릅니다. 대물인가보다...
줄 풀리는 것이 잠시 소강상태인틈을 타 드랙을 조이고 릴링을 시작합니다.
느낌이 정말 다릅니다. 저 멀리서 녀석의 움직임이 느껴집니다.
정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단번에 메타조사로? "

조심해야 합니다. 서두르지 않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대를 세우고 감았다가 버텼다가...그러다가
정말 순식간이었습니다.
갑자기 녀석의 움직임이 없습니다.
이게 말로만 듣던 버티기인가보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에 힘을 주고 더 당겨봅니다. 뭐에 걸린건지...
녀석이 죽었나? ㅎㅎㅎ 말도 안되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러다 1mg 힘을 더 준것이 화근이었습니다.
갑자기 핑~ 소리가 납니다.
ㅠㅠ...대가 부러졌습니다...두번째로 두꺼운 부분이 ㅠㅠ
저 앞에 1,2번대가 보입니다. 줄도 끊어졌습니다...
줄이 끊어지는 것은 이해를 해도 대가 부러지다니...ㅠㅠ

아..허무합니다...얼굴도 못봤는데...
뜰채로 건져보니 가이드도 몽땅 없습니다...이해가 안됩니다.
가이드는 붙어있어야 하는 것 아닌지..ㅠㅠ
반성을 합니다. 무리하게 당기는 것이 아니었는데..그냥 놔둘 것을
조금함에 당기다가...ㅠㅠ
놓친 잉어보다 부러진 대가 더 안타깝습니다.
에궁...

오후엔 결혼식도 있고 돌잔치도 있습니다.
미련없이 철수합니다.
잉사님께 사진한장 보냅니다...ㅎㅎㅎ
백곡지에서 잉어가 나오는 것 같다고 문자도 곁들입니다.
철수 준비를 거의 다했는데 한 가족이 구경삼아 내려옵니다.
뭐 잡았내길래 넥타이줄을 건넵니다.
가족들의 탄성이 이어집니다...와아!!!
그 때 큰 딸아이처럼 보이는 20대 초반의 아가씨가 내려옵니다.
와아...제 탄성이 이어집니다...예쁩니다...^^;
가족들끼리 매운탕 먹으러 왔나봅니다.

아주머니께서 이 잉어 어떡하실거냐고 묻습니다.
미련없이 '놔줄건데요?'
문득 가족들의 흐뭇한 미소가 비칩니다. 아주머니만 빼고...
어머님의 비장한 표정은 이윽고 말을 제게 말을 건넵니다.
'우리 주면 안되요?'
큰따님의 얼굴과 잉어가 오버랩됩니다.
'그러세요. 가져가세요~'
ㅎㅎㅎ..돌아오는길 그냥 놔줄걸 하는 생각이 스치지만
뭐 어차피 준건데 하고 생각을 고쳐먹습니다.

다음날, 아무래도 대를 부러뜨린 녀석을 잡아야겠습니다.
녀석이 잉어든 물 속 동앗줄이든...
새벽같이 백곡지로 다시 갑니다.
릴 5대 투척...!!
두시간도 지나지 않아 입질이 옵니다.
이번엔 50조금 넘습니다.
그래도 잉어라서 좋습니다...^^
그리고...오후가 될때까지 백곡지는 제게 잉어를 허락치 않았습니다.
누가 오기전에 잉어를 놔줍니다.
이럴거였으면서 넥타이는 뭐하러 매놨는지...
과시겠죠? 꽝은 아니라는...^^

여튼 올해가 가기전에 꽝은 면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잉어 얼굴을 볼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번주엔 처가에 모임이 있어서 청라저수지에 가볼 생각입니다.
이번주에도 잉어를 볼 수 있을까요?
설령 만나지 못한다 해도 서운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제 손은 그 육중한 손맛을 한동안은 기억하고 있을테니까요...

월요일입니다.
잉어밥은 주말로 미루시고 조국의 경제발전에 열심히
떡밥을 투척하는 가열찬 한주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사진도 없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