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고풍지로 출조를 감행합니다.
얼마전부터 낚시한번 같이 가자는 고등학교 친구가 자꾸만 펌프질을 하는
바람에 허락받지 않은 출조를 떠납니다.

수원으로 가서 친구를 픽업하고 늦은 시간 고풍지로 향합니다.
식료품을 사지 않았는데 시간은 12시가 가까워지고
할 수 없이 톨게이트 바로 앞에 있는 낚시점에서 술과 라면을 사고
작은 호프집에서 통닭 한 마리를 주문합니다.

이정도면 오늘 저녁엔 술 한잔 하겠다 싶어
포인트로 이동합니다.
오늘밤 하루 거할 진지를 구축하고 떡밥을 만들고
미니 경보기를 달아놓았지만 낚시대가 조금 외로운 것 같아
캐미도 하나씩 달아둡니다.

바람은 잔잔하지만 조금 쌀쌀합니다.
친구녀석과 텐트 안으로 들어갑니다.
소맥( 소주+맥주)을 만들어 닭다릴 하나씩 잡고
주거니 받거니 합니다.
이때 드랙풀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왔구나 하고 나가보니 아무런 기척이 없습니다.
환청인가?

경보기도 잠잠하고...무슨 소릴 들은 거지?
아무래도 환청인가 싶어 들어갈려는데 뒷쪽에서 소리가 납니다.
이상한 새소리입니다.
꼭 드랙풀리는 소리같습니다.
아...ㅎㅎ....

준비해간 침낭 속으로 들어갑니다.
달빛님께서 극찬하신 '다나'제품은 아니지만
제 동계침낭도 제법 쓸만합니다...ㅎㅎ
팬티에 셔츠 하나만 입고 포근함에 빠집니다.

아침,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낚시대는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아마 떡밥을 아끼라는 배려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건 자세가 아니다 싶어 다시 떡밥을 만들고 투척합니다.
ㅎㅎㅎ...왜 그랬을까요?
그냥 놔둘것을...어젯밤 잠깐의 흥분을 제공했던 그 새소리가 그립습니다.

아침을 먹으로 시내로 나갑니다.
참 맛없습니다....ㅠㅠ
잉어를 못잡아서 입맛까지 변한건지 아님 진짜 맛이없는건지...
다음부턴 꼭 일용할 양식을 잘 준비해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합니다.

또 다른 친구녀석에게 전화가 옵니다.
서산까지는 너무 멀고 대전에서 보자고 합니다.
대신 소고기를 준비해 가겠다고...ㅎㅎㅎ

집에는 오늘 간다고 했는데 어떻게 거짓말을 해야할지 막막합니다.
잉너낚시하면서 느는 것은
거짓말과 자동차 주행거리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ㅎㅎㅎ

노산리에서 만나기로 합니다.
어떤 거짓말인지는 밝히지 않겠습니다.
너무나 뻔한 것인데 속아주는 속는척해주는 아내가 고마울 따름입니다.

노산리에 도착하여 또 진지를 구축하고
1시간 후 도착한 친구와 함께 셋이서
간만에 학창시절 이야기 하며 술잔을 기울입니다.
이럴 땐 잉어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매번 만날때마다 하는 추억담이지만 할때마다 즐거운 이유는 무얼까요?
이야기가 좋은건지 친구가 좋은건지
어쨌든 미동도 없는 낚시대를 바라봐도 슬프지 않습니다.

아침, 물안개가 자욱합니다.
2대의 줄이 늘어져 있습니다.
각각 친구들에게 하나씩 맡깁니다.
잉어만한 누치가 딸려나옵니다.
비록 잉어는 아니지만 친구들 손맛봤다고 좋아합니다.

이젠 철수해야 합니다.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아침까지 집을 비웠으니 빨리 돌아가서 남은
시간 봉사해야 합니다.

비록 잉어는 구경못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이 언제까지 제 낚시에 따라다닐 수만은 없는 일!
이번 납회때는 꼭 잉어 얼굴을 보고말리라는 다짐을 합니다.
여러 선배조사님들, 납회 때 뵙겠습니다.

제발, 제가 왜 잉어를 잡지 못하는지 현장에서 코치 부탁드립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