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의 출조(나주 영산강)

5월 23일부터 26일까지 징검다리 휴일을 이용해서 3박 4일의 출조를 감행합니다.
장소는 나주 영산강으로, 지난 5월 5일 1박 2일의 손맛을 다시 느끼기 위해서
동생과 함께 이삿짐을 쌉니다.(출조하기 4일전부터 보일리(부유성 떡밥)을 두 종류를 만들어 건조시키고, 떡밥 30여개를 만들고, 낚시대 정비하고... 정말 좋아하지 않고서는 이 노가대를 돈을 준다고 해도 하지 않을 겁니다.)

사진(보일리)


일기예보에서 친절하게도 24일 비가 온다는 예보를 하는데 하늘이 주신 이 기회를 놓칠 수 없고, 예보의 신뢰성을 많이 잃어버렸기 때문에 과감히 무시합니다.
(지난번에는 30% 비가 온다고 했는데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리더군요.)

23일 수요일 (1일째)
오전에 일과를 마치고 낚시 떠날 준비를 합니다.
미리 준비를 한다고 했어도 낚시터에 도착해보니 오후 4시, 준비해간 맛있는 떡밥을 투척하고 만약을 위해 배수로까지 확인하며 텐트를 치니 6시가 다 되어 갑니다.
동생과 응원차 들린 직장동료와 함께 족발에 술잔을 비워 갑니다.
직장동료는 밤에 근처 나주에서 근무하는 와이프가 데리러 온다고 하더니 배신을 때리고 안온다고 합니다.
잘곳이 없다고 애원하는 동료를 불쌍히 여겨 재워줍니다.
(그러게 평상시 봉사하고 살아야 한다고 구박을 무지 합니다. 참고로 동료는 결혼한 지 채 1달이 되지 않습니다. 벌써 그러면 안 되는데...)
기대를 하고 밤을 보내는데, 아침까지 잠만 잘 잤습니다.

24일 목요일 (2일째, 부처님 오신 날)
오늘은 부처님 오신날로 곡성에 기차마을에 놀러가기고 인터넷 예약을 하였기에 아침 8시에 떡밥을 갈아주고, 40분 거리인 광주로 출발합니다.
오후 3시에 다시 낚시터로 귀환해보니 동생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속옷차림으로 텐트에 있습니다.
자초지정은 이렇습니다.
12시에 센서가 울리고 잉어가 물었습니다. 문제는 평생 처음으로 잡아보는 잉어라서 어쩔 줄을 몰라 합니다. 잉어가 동생을 약 올립니다. 뜰채로 열심히 해 볼려고 하는데 잉어가 비협조적으로 나옵니다.
하는 수 없이 낚시줄을 이빨로 끊어서 한손에 잡고, 한손에 뜰채를 쥐고 물로 들어가는 무식한 행동을 스스로 합니다.
틀채로 들어갔다고 생각하는 순간, 방심한 틀을 타서 잉어가 집에 간다고 튀어 나오려고 합니다.
이제는 물속으로 뛰어 들어 잉어와 함께 난리 부르스를 추면서 간신히 물가로 밀어서 올립니다.
잡은 잉어를 코를 뚫을 줄 몰라서 어망에 집어 넣다가 등지느러미에 손을 베는 수모를 겪고서는 간신히 첫 잉어를 잡는데 성공합니다.
잉어 크기는 71cm로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비늘이 많이 상해서 다시 꺼내 코뚫기가 민망합니다. 철수하기 전날까지 살아 있었는데 철수하는 당일 꺼내보니 운명을 달리해서 사진을 찍지 않았습니다.

동생과 함께 맥주를 한잔 하는데 비가 오기 시작합니다. 아주 많이...
오후 4시에 다시 센서가 울립니다.
비는 무지 내리고, 잉어가 처음부터 엄청 힘을 쓰기 시작합니다.
기대를 만땅하고 비를 맞으면서 릴링을 시작합니다. 동생에게 고수(?)의 현장 실시간 강의를 하면서, 세 번이상 공기를 먹이고 항복사인을 보내는 잉어를 틀채질까지 완벽하게 하면서 올려보니 이론... 65cm입니다. 작은 고추가 맵나 봅니다.





잉어를 들고 있는 놈(?)이 동생입니다.
3박 4일동안 몰골이 망가졋습니다.

비를 흠뻑 맞아서 속옷 까지 갈아입고, 다시 음주를 시작합니다.
오후 5시에 다시 센서가 울립니다.
비는 엄청 내리고 갈아입을 여분의 옷을 생각합니다. 이론 된장...
올라오는 놈은 70cm, 코를 뚫고 장소가 협소한 관계로 처음 놈과 조금 가까이 묶어 놓았더니 아래 사진과 같이 두 놈이 줄을 꼬아 놓았습니다.
물속에서 줄 푸느라고 허리가 쪼개지는 줄 알았습니다.



5시 30분에 비가 멈춘 틈을 타서 배스낚시의 외도를 합니다.
그런데 다시 쎈서가 울립니다. 항상 그렇더라구요... 남 잘되는 꼴을 못봐요.
50m를 달려서 릴링을 하는데, 이번에는 동영상을 찍을 욕심을 부립니다.
동생이 디카로 동영상을 찍고, 한껏 여유를 부리면서 릴링을 하는데, 중간에 틱하고 허무해 집니다. 쌍 ㅅ 욕이 튀어 나올려고 합니다.

비가 다시 내리고, 물은 황토물로 바뀌면서 잔나무가지와 여러 부산물이 줄에 걸리고, 물은 차오릅니다. 떡밥을 갈아주는 것을 포기하고 날라가려는 텐트를 부여잡고 밤을 보냅니다.

25일 금요일 (3일째)
물이 상당히 많이 불어서 낚시틀을 반쯤 잠기고, 넥타이 매어 묶어 논 꼬쟁이의 끝만 보이게 합니다. 사진의 가운데에 잘 보면 2개의 꼬쟁이와 넥타이 끈이 보일 겁니다.







비는 멈추었으나 오전에 떡밥 갈기를 포기합니다.
오후 4시에 물은 여전히 조금씩 차오르나 다시 힘을 내서 마지막 떡밥을 교체합니다.
예상은 하루에 2번씩 갈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하루에 1번씩 교체를 하게 됐군요.
저녁에 매형이 응원차 오셔서 또 음주를 시작합니다.
비가 멈춘 강 분위기가 죽입니다. 어두워서 물빛은 황토색이겠지만 보이지는 않고, 조용하고 아늑합니다. 불어난 물만 아니면 대물이 나올 것만 같습니다.
10시정도에 기대 만땅하고 잠을 청해 보는데, 11시에 센서가 울리고 나가보니 누치대왕이 나옵니다. 그래도 기분이 과히 나쁘지는 않더군요.
12시에 다시 센서가 울리고 또 누치대왕이 나옵니다. 기분이 쪼금 상할려고 합니다.
12시 30분에 센서가 울리고 누치대왕이면 방생이 아닌 사살을 할려고 하는데, 릴링의 느낌이 다릅니다. 이번 출조의 최대어인 잉어(75cm)입니다.



그 후로는 조용한 밤을 보냅니다.
3박 4일의 비와 함께한 낚시였고, 살을 빼려고 1달 반동안 감량한 3kg이 연달은 음주로 다시 원상복구 되었지만, 장모님에게 드릴 잉어즙을 위해 건강원에 맡기면서 이번 3박 4일 출조를 마칩니다.

지난번에 이어 보일리의 성능을 시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강에서 비에 의해 불어난 물에도 만족할 만한 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다음 6월에는 조용한 저수지로 출조해서 테스트를 해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