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욜
출조를 계획한건 아니고 집에 있으려니 좀이 쑤시네요.
이미 잉어낚시는 시즌을 접은듯 한데
그래도 낚싯대에 눈이 감니다.

막내의 충격적인 발언에 쇼크를 먹은지가 며칠 안되었는데
또다시 낚시장비에 눈이 가는것은 어쩌면 불치병일듯 합니다.

출발하려면 일찍 했어야 하는데
이미 늦은거 같고
한강 원투번개 추진하려니 다들 시큰둥하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받힘틀 고장난거 아직 안고쳤네요.
득달같이 중계동 할아버지께 보수 부탁하고

떡댕이 20개 말아 출발해 봄니다.
자작 받힘틀 아직 남아 있으나
경보기를 찾을수 없어 그냥 가기로 했다고...

좀 늦어 해지기 전에 도착해야 하는데
청평까지 자동차 전용도로 난거 지난번에 네비로 갔는데
네비가 말듣기를 거부 하네요.
네비양을 너무 혹사만 시키고 고맙다는 립 서비스를 안해서인지
삐졌나 봄니다
기억을 더듬어 찾아가니 어영부영 가는데 빠르긴 빠르네요

청평댐에서 방류하는 물색을 보니 아차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침니다.
지난번 뉴스에 소양댐 물이 황톳물이라 했는데...그럼 그 수계 전부????

설상가상 공사하느라 길도 지체되고.
의암댐 어쩌면 큰거 한마리 올릴 가능성 전혀 없는 포인트는 아닌데
한밤중 딩동 한방이면 올해 최대어 가능성도 있는데....ㅎㅎㅎ

슬슬 불안해 지네요.
6시30분경 도착해본 포인터는 이미 어두어져 물빛이 보이지 않읍니다.
가지고간 초강력 서치라이트로 비춰보니 아니나 다를까
황톳물입니다.
젠장 되는게 없네

그나저나 어쩐다냐 떡댕이 스무개를
가고싶은곳 가봤으나 여의치 않으니 목표가 없어졌당
잠시 허탈감이 밀려 오네요.
차를 돌려 집에가서 아내 껴안고 잠이나 자야것다고 돌림니다.
좀 돌려서 서울로 오다가
띠리리리 전화걸어 상황을 전하니
춘천댐 모 포인트를 추천해주는 적군파가 있읍니다.
지금 이시간에 충청도에서 꽝치고 있담니다.

다시 유턴
춘천댐 향해 목적지에 다다르니
원투하기엔 소나무가 걸려 불가능해 보이고
이미 사방이 어두워 처음가본 포인터를 다시 잡는다는것두 불가능하구
더군다나 텐트자리로는 오늘밤 귀신들과 한바탕 전투해얄곳 같은
음산한 느낌까지...

건넌들이 생각나 오밤중에 건넌들 다리를 건너는데
헤드라이트에 비친 물 모습이 이상합니다.
내려 확인해 보니 얼었군요
젠장 이 추위에 뭔 잉어 낚시한다고 헤매고 다닌담. ㅠㅠ
한가람님 말씀처럼 달밤에 체조하는격입니다.

이왕 여기까지 온거 화천까지 가보자
붕어섬은 낚시금지라 하니 건너편으로 가보니
쥑이는 자리 있읍니다.
평평해서 텐트치기 편하고
원투에도 걸리지 않고
잉어는 99%기대 안하고(1%가 중요할 수 있읍니다)
한틀은 경보기 설치도 못하고...
입질 없을텐데 경보기가 뭔 소용이 있을라구?
텐트치고 대충 던져 놓으니 9시가 넘어 가네요.
풍덩풍덩 소리에 잠자는 잉어들이 잠깬다고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리는듯 합니다.
화천군민들이 이모습을 본다면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고
오밤중에 뭐하는거냐고....ㅋㅋㅋ

이슬이 내리는지 옷이 눅눅해 지고
기온은 차가운지 형광램프 불빛이 흐릿합니다.

인디안님에게 구입한 복분자 한패트병 가지고 간거와
삼겹살에 한잔하니 혼자지만 분위기 나네요.

몇잔 들이키고 나니 밥도 다 되었나 봄니다.
괴산댐에 역전 한방을 노리러 간 하리수파 두명도 역시나 이시간에 밥먹고 있담니다.
조과는 묻지 않는게 좋을것이고...


엉겹결에 구입한 보일러를 가동해 보니 엉덩이가 따뜻한게 좋긴 좋읍니다/
침낭으로 자야 제맛인데...
근데 보일러는 단점이 하나 있읍니다.
스팀 순환하는 소리가 꾸르륵 꾸르륵 들려 숙면을 방해 하네요.

담날 9시가 넘어서 일어나 보니 밤새 무척 기온이 떨어졌었나 봄니다.
텐트 안은 보일러 땜새 결로가 생겨 물방울이 떨어지고
애지중지 하던 침낭에 뚝뚝 떨어지고....가관이네

커피 한잔으로 시작하는 강가의 아침은 낭만적입니다.
속에 커피가 들가니 대장은 세금 내고 오라 합니다
추운데 귀찮게 시리 ㅋㅋㅋ

세금 냈으니 또 벌어야죠
복분자와 함께 아침을 시작합니다.
남은 떡댕이 던져보니 줄이 얼어 딱총이 나네요.
으미 아까운 추며 바늘이며....


이왕 취해버린거 술깨면 가자고 개기면서 철수한 시간이 오후 3시입니다.
귀경길에 인람리를 바라보고 잠시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
어느 골들을 바라보며
한겨울에도 한번쯤 쉬러가도 되겠다는 생각도 해 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