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4일 자정-- 마눌이 잠들기를 기다리다가 화장실에 다녀오는 척 까치발을 하

고 살금살금 거실을 나와 곧장 지하주차장으로 갑니다. 전날 만만의 준비를 해

둔 덕에 몸만 실으면 그만입니다. 5분이 지나도 거실불이 켜지지 않는걸로 봐서

는 마눌이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아 맘이 놓이지만, 아침이면 들통날 일이 한편으

론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미 버린 몸 그냥 핸들을 잡고 달립니다. 도심

을 빠져 나오자 달빛 별빛이 환장하게 밝고 초롱초롱합니다. 무심코 켠 라디오에

선 심수봉님의 ,그때 그사람,이란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괜히 첫사랑 여인이 생

각남니다. " 사랑보단 더 슬픈게 정이라고~" 잠시 젊은날 내 가슴을 애달피했

던 그녀를 떠올리면 자꾸만 샌치해지는 맘에 담배 한 개피로 달래며 속도를 올립

니다.



1시간 여를 달려 도착한 새벽 1시쯤이 되어서야 나만의 포인트(대전근교의 금강

지류 )에 부리라케 짐을 내리고 낚시대를 정렬합니다. 떡밥은 미리 준비한 탓에

12대 릴대를 정렬하는데는 채 30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일단 불량스럽게 담배

한 개피를 피워물고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뚝방길에 홀로 앉습니다. 물가에 가끔

씩 잉어 뒤집는 소리만이 들려올뿐 고즈넉하기만 합니다. 어디선가 개구락지

소리와 장끼 울음소리도 들려옵니다. 금방이라도 조용히 귀 기울이면 잉어의 숨

소리도 들릴 것만 같은 고요가 새벽의 어둠을 뚫고 흐르기를 몇 시간, 갑자기 트

랙풀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올 해 4번 출조에 처음으로 들려오는 방울 소리후에 들려오는 경쾌한 소리입니

다.

릴대를 치켜들자 더욱 힘차게 줄을 풀고 내빼기 시작합니다. 여자와의 행위시 느

껴보는 그런 오르가즘에 그저 황홀하기만 합니다. 그렇다고 마냥 그 활홀감에만

젖어 있을수 없어 서서히 릴링을 합니다. 꽤 발악을 합니다. 하지만 여자가슴 애

무하듯 힘을 조절하면서 끌어낸 놈은 78쯤 됩니다. 5년 경력의 기록경신입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오르가즘입니다.



다시 또 불량스럽게 담배 한 개피를 물어 피고 커피한 잔을 홀짝입니다. 일을 치

르고 난 후에 피는 담배와 커피 한 잔이 죽여줍니다.

어느덧 눈부신 아침해가 비치기 시작합니다. 문득 열어본 핸드 폰이 8시를 가리

킵니다. 이 시간쯤이면 마눌이 눈치 챌 시간인데 이상합니다. 먼저 전화를 할

까 하다가 그만 두기로 합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어린이날 입니다. 큰일 났습

니다. 큰 놈은 올 해로 어린이를 면했지만 막내 아들놈은 아직 어린이 입니다.

마눌이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릴대를 걷을까 망설입니

다. 이때 릴대 한 대가 요동을 칩니다. 트랙 풀리는 소리가 예사소리가 아닙니

다. 또 한 번 오르가즘을 맛 봅니다. 다리에 힘이 쭉 빠지면서 전신이 기진 맥진

합니다. 이렇게 해서 끌어낸 놈이 또 기록경신입니다. 81이 나옵니다. 때 마침

일을 마치자 핸드폰이 울립니다. 마눌입니다. 할 말이 없어 "알았어. 지금갈

께." 하고 그냥 내가 먼저 끊습니다. 재차 다시 폰이 울립니다. 난 시치미를 떼

고 받지 않습니다. 이 때 다시 릴대가 출렁입니다. 이젠 많이 격감된 오르가즘

을 느끼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이 번엔 75쯤 됩니다. 반나절도 않돼 3번씩 느끼

는 오르가즘에 힘이 빠집니다. 그래서 이쯤에서 제일 왼쪽 릴대부터 릴 대를 접

기 시작합니다. 3대를 접고 4번째 릴대를 막 접을려 할 쯤 막 걷을려는 4번째

릴대가 사정없이 휘어집니다. 대를 타고 내려오는 힘은 태어나서 첨으로 느껴보

는 중량감입니다. 이젠 오르가즘이고 뭐고 없습니다. 계속해서 풀려나가는 줄을

마냥 지켜보면서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줄이 거의 다 풀려나갈 때까지 기다리

며 뻣뻣하게 대만 세우고 있습니다. 이 때 주머니속에서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합

니다. 계속해서 울려댑니다. 속으로 욕찌꺼리가 나옵니다. 내 생에 최고의 잉어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눌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10여분을 이렇게 힘을 빼면

서 앞으로 조금씩 끌어 들입니다. 몇 번의 공기 주입으로 잉어가 가끔식 허연배

를 드러내며 기절한 척을 하는데, 가늠이 가지 않을 정도로 거대합니다. 조심조

심 1미터 앞까지 끌여들이고 뜰채를 들이댑니다. 그런데 기절한 줄만 알았던 잉

어가 한 번 뒤척이더니 이내 낚시바늘 3개를 달고 그냥 내뺍니다. 잠깐 허망함

에 우두망절 서 있다가 다시 들려오는 핸드폰 때문에 부랴부랴 대를 접습니다.

이 시간이 오전 10시 쯤입니다.



이렇게 해서 로또보다 더 어렵다는 365일 바로 그 날을 잡는 횡재를 하게 되었습

니다. 아쉽게도 사진 찰영은 했지만 사진 올리는 방법을 몰라 잠시 뒤로 미루기

로 합니다. 배우는대로 사진을 올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날 오후 마눌과 있었

던 일은 얘기 하지 않기로 하겠습니다. 알고보면 천사 마눌입니다. 내가 가장 아

끼고 사랑하는 마눌을 흉보지 않으렵니다.



잉어나라 회원님들도 5월의 푸르름속에서 잉어와의 오르가즘을 맘껏 맛보시길 빌

어 봅니다. 가입한지 3년이 되어서야 이렇게 회원님들 앞에 조심스럽게 얼굴을

내밀어 봅니다. 앞으로 많은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

대전에서 꿈속의 남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