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강(秋江)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낚시 드리치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한 달빛만 싣고 빈 배 저어 오노라....월산대군...

잉어가 나올 턱이 없는 곳을 향하여 소양댐을 향해 갑니다.
오늘은 황비홍님과의 동행 출조입니다.
달빛산책님도 오시기로 하시고...

근데 사실은 오재미님과 제5의 사나이님이 대동리로 하루 먼저 들어가셨읍니다.
대동리는 전화불통지역이라 운이 좋아야 문자라도 가능한곳입니다.
대동리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여러가지 조건들(수위 인원 지형)을 고려하면 5사람이 하기엔 버거울것 같읍니다.
오재미님과 사나이님에게 배신을 때리고
수인리로 향합니다.
이 초겨울에 뭘 볼것이 있다고 새벽 5시에 길을 떠나는 모습이
어쩌면 한심하기도 합니다.
취미에 심취하면 가정은 상대적으로 소홀해 지는데...
나이만 들었지 철부지에 지나지 않읍니다.
늘 그런 마음 때문에 출조길이 편하지만은 않읍니다. ㅠㅠ

월산대군의 시조처럼 뻔할 뻔자입니다
요즘말로 안봐도 비둄니다.
떵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되는것 아님니다.
철지난 호수의 한적함이 좋아서일지도 모름니다.
고요함이 좋아서일지 모름니다.
물이 수정처럼 맑아서일지도 모릅니다.

황비홍님의 차는 거의 땅크 수준입니다.
못가는곳이 없는것 같읍니다.
엄두도 못내는 경사 30도의 물가를 횡으로 전진합니다.
철수시를 고려해서 차 앞부분을 철수에 편하게 방향을 틀어놔야 하겠다 합니다.
전 내심 불안합니다.
후진도 잘 되는데 굳이 위험하게 차를 돌려야 하나...걱정이 앞섬니다.
아니나 다를까 불행하게도 걱정이 현실로 나타났읍니다.
천하무적 땅크 오프로드의 기수 황비홍님의 차가 물가와 1미터를 두고 빠져 버렸읍니다.
헛바퀴만 돌고 ...탈출은 불가능해 보이네요.
급히 양구에 무전을 날리고
황비홍님 차보다 조금 못한차가 구난장비를 가지고 빼 주더니 거금을 달라 하네요.
미안케 시리 괜히 수인리 가자고 한 제가 사단의 빌미를 제공한것 같읍니다.
옆에 보이는 언덕을 넘어버리네요...경사도 약 45도 돌밭을 거침없이 올라가네요.
한마디로 부럽심돠...ㅋㅋㅋ

요렇게 부리나케 텐트를 설치하고
준비해온 떡밥을 투척합니다.
떡밥던진다고 고기 물면 난 하루 종일 던지겠다...ㅋㅋㅋ
떡밥은 던지지만 잉어 혹은 붕어 아니 생명체가 붙으리란 기대는
거의 하지 않읍니다.


요렇게 설치해 봄니다.
낮은 바람도 거의 없고 따뜻한 햇살이 여우롭읍니다.
행복감을 느끼게 합니다.
도심의 번잡함도
인간의 이기심도
무한 경쟁의 자본주의 사회도
이순간 잊은듯 합니다.

황비홍님 뭘 보셔요?
그기 고기 없어요 입질 아니라니까요.
지나가는 바람이 철부지 나그네에게 설레임만 주고 갔다오.
글게 그 받힘틀은 거짓말 많이 하니 그거 쓰지 마시라요...하하하

요렇게 야전에서 맥주 한잔 하는것도 색다른 맛이 있읍니다.
참고로 맥주는 하이트가 아니고 카스입니다.
카스 안마시고 딴것 곁눈질이라도 하면 청산유수님에게 뭔 말을 들을지...후환이 두렵슴니다...ㅋㅋㅋ

추강에 밤이 들었읍니다.
막 달이 뜨려하고 있읍니다.
카메라가 보급형이어서 밤풍경을 잡는덴 무리입니다.
달이 흐물흐물해 보이는군요.

황비홍님이나 저나
야전에서 잠자리를 즐기는 사람입니다.
집에서 자는것보다 더 큰 즐거움이 있읍니다.
보일러도 필요 없읍니다.
발래판 발포 매트리스 한장과 침낭과 이슬을 피할 간단한 텐트면 족합니다.
텐트도 침낭을 보호하기 위해서이지 그리 중요하진 않읍니다,.
초겨울 낚시에 보일러를 찾는 분들을 이해하기 어렵슴니다.
보일러는 바람에 약하죠.
물(스팀) 순환하는 소리 요란하죠.
장비 무게 장난 아니죠.
번거롭슴니다...게다가 위험하기 까지 합니다.
비박 비스무리한 야영의 기쁨을 한번 해 보시지 않으시렴니까?

깊은 잠이 들었을까
예상치 못한 차임벨 소리에 눈을 뜨고 가보니
줄이 많이 쳐저 있읍니다.
붕어가 살짝 늘어뜨린거완 많이 다른데...잠결에 붕어라고 단정하고 당기니
어렵쇼...어디 걸렸나 봄니다.
아니 그런데 낮에 덕밥 투척전 바닥을 탐색해 보니 걸리는게 없었는데...아주 깨끗하고 풀하나 달려오지 않았는데...이상합니다.
이상하거나 말거나 잡고기가 탐색치 못한 폐그물에 바늘을 갔다 놓았을거야
예단하면서 그냥 땡겨 부럿읍니다.
잉어는 차고 나가지 들어오지 않거든...고정관념에 사로잡힌 하수생각입니다.
광수생각이 아님니다.^^

잉어는 차고나가지 들오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하수의 증거물입니다.
이두메지나 14호가 뿌러졌네요...ㅠㅠ
수인리에서 두번 입질 받고 두번다 뿌러졌읍니다.제기랄...










동이 트려 하나 보네요.
간밤에 온 귀한 손님을 접대를 소홀히 해 그냥가게 냅뒀읍니다.
좀 아쉽슴니다만 어쩌겠읍니까? 실력이 따라주지 않네요.


아침에 일어나니 온도계는 영하를 나타내고 있읍니다

아침부터 황비홍님과 전 맥주에 손이가는데
잔에 부으자 마자 거품이 얼어버리는데....

마치 비엔나커피처럼 보이네요...ㅋㅋㅋ


아침에 붕어 두마리를 사이좋게 노획하고
그 결과물입니다.

침 삼키지 마셔요.
비법이 궁금하신분 맥주 한박스 가지고 오셔요 갈췌 드리리다.



초겨울의 호수는 아름답슴니다.
고요합니다.
남모를 낭만이 있읍니다.
자 한번 떠나 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