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술굿은 날씨가 산경이 쓰인다.
날씨야 어찌됬건 출조를 해야한다.
왜?
주말꾼이니까.

일주일 전에 잉생잉사님과 남도 여행을 예약해 두고
장비점검에 들어간다.
길이에 비해 짧은 줄은 모두 교체하고
봉돌이며 찌맞춤 태클박스 내용물까지
이것저것 준비하는 즐거움도 실전 낚시에 못지 않는 기쁨이 있다.
아내는 그런 날 보고 저렇게 좋을까? 하면서도 내가 즐거워 하는 그 순간을
존중해 주고 싶어 낚시가는일에 그리 간섭을 별로 안한다고 한다…맞나?

출조하기 전에는 물가에 앉는다는 것
찌를 본다는 것
찌올림을 본다는것과
혹시 운 좋으면 멋찐놈 만나기를 은근히 기대해 보는것도
빼 놓을 수 없는 기쁨이리라
그것 뿐이랴
야외에서 밥을 해 먹는 즐거움
특히 삼겹살 구을 때 집안에서 연기와 냄새를 풍겨 좀 그렇지만
야외에서 연기와 냄새 걱정없이그럴듯한 풍광과 어울려 일잔 꺾어보는 맛도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리라

금요일 저녁에 남도로 같이 떠나기로 했던 잉생잉사님은
갑자기 집안일로 같이 하지 못함을 전해온다.
그와의 붕어낚시도 근 일년만에 같이 출조하는거라 기쁨이 더 했었는데 좀 아쉽다
음~ 분위기 좀 다운되네…혼자서 남도로 가??? 말어?
의암댐에서도 붕어가 조짐이 있다고 하던데…그길 가봐?
여러 출조 후보지를 놓고 고민하던중에 최종 고창권으로 가기로 하고
준 이삿짐 수준의 낚시짐을 옮긴다.
짐이 많다보니 늘 한두가지는 빼놓고 출조하기를 다반사라
이것저것 생각해 보지만 준비 안한 것은 없는 것 같은데…뭔가 찜찜하다.
찜찜하면 나중에 꼭 빼놓고 온게 있던데…
항상 준비물 챙기면서 생각하던 것인데 이참에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하나하나 기록하고 출조할까?
그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벌써 기억을 못해 체크리스트를 만든다는 것이 서글퍼 져서 그럴것이다.
(그래도 빼먹는 것 보다야 낫지…하하하)
새벽 세시에 출발하기로 하고 짐을 다 옮기고 핸펀 알람 시간 맞추고
22시30분경 잠자리에 든다
출조하기 전의 잠자리는 늘 편치 못하다
소풍가는 전날밤 어린아이처럼 잠을 설친다면 좀 멋적을까?
암튼 이리저리 잠을 청해보고 간신히 잠이 들었나 싶었는데…
핸펀 알람이 울린다…벌써 3시인가?
비몽사몽간 시계를 보니 00시30분이다.
이노무 폰이 미쳤나 시간도 안됬는데 왜울어.
다시 잠을 청하고 곰곰 생각해 보니
폰이 거짓말할 리가 없다.
다시 거실로 나와 벽시계를 보니 01시다
폰을 조회하니 알지 못하는 일반 가정집 서울 강남 지역 번호가 찍혀 있다.
아무리 상상을 해도 누군지 기억이 안난다.
혹시 술취한 사람이 실수로 내 전번을 눌렀단 말인가?
아쒸~ 열받네
가뜩이나 잠청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잠을 깨 놓으니 잠이 올리 만무하다
이리저리 뒤척이며 시간 보내는것도 지겨워
02시 30분에 차 시동을 건다.

나에게 잠이란 낚시만큼 소중하다.
왜냐면 잠을 못자고 출발하면 그 다음날 밤은 낚시하면서 밤을 새워야 하기 때문에 2일 연속 한잠 못자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2틀째 낚시 하면서 밤 새는것도 온전히 밤을 새면 다행인데..
전날 못잔 여파가 미쳐 입질 주요시;간대에 결정적으로 졸아버리는데 문제가 있다.
이렇게 되면 이래저래 잠못자 피곤하지
기분좋은 낚시가 될리 만무하지
낚시 때문에 들어가는 부대비용(돈과 시간) 아깝지.
속된말로 국쏱고****/문닫다가****/*** ***/이런 형국이 되버리는것이다(죄송합니다^^)
남들은 낮에 자면 되지 않냐고 쉽게 말들 하지만
낮선곳에 와서 그것도 야외에서 낮잠을 자는 것은 날밤 까면서 자는것보다 내겐 더 힘들다.
졸립고 피곤하면서도 도무지 잠은 청하지 못하는 것이 내게 가장큰 문제다.

고창 해원낚시에 6시쯤 도착해서 붕순이들 진수성찬좀 마련하고
(해원 강사장님 미안해요 잠깨워서리)
좀 이른가 싶어 근처 해장국집에서 간단히 먹고 목적지로 가니
두분이 밤낚시를 하신 모양인데…
망이 담겨져 있다.
쥔장게 인사하고 조황을 물어니 잡지 못했다고 말씀하시는데…
언뜻보니 초록붕어 무월이님 비슷하다.
갸우뚱??? 세상엔 비슷한 사람이 많지 그렇게 생각하고…저쪽을 보니
선대님처럼 생긴 분도 있다…하하하
이제서야 확신이 선다.
무월이님 맞죠?
(지가요 사람 잘 기억못해 출세에도 지장이 많은 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난 그렇다 치고
무월이님도 같은 돼지끼리 기억을 못하시다니 쪼매 섭합니다요.

무월이님 이야기를 들어보니 결정적인 정체불명의 사이즈 붕순이가
새벽세시 시간대에 새우물고 낚싯대 훔쳐 갈려다 새우만 훔쳐가고
낚싯대는 경비 아저씨에게 걸려 놓고 같다네요 하하하.
무월이님 넘 속상해 하지 마셔요.
그늠 보나마나 8치 짜릴것입니다
아니 그 시간대에 나오는 넘들은 보통 중반이 넘고 좀 특별한 경우엔 사짜도 있다 합디다…하지만 8치일거라고 걍~ 믿어버리세요^^

아침 낚시를 위해 부리나케 세팅하고
숙소도 마련하고
물색도 받혀주고
젤 싫어하는 바람도 그다지 불지 않고
뭣보다 날씨 무지 좋습니다.
방한복이 덥네요
아마 느낌상 17-20도 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봄니다
지렁이 서너마리씩 달아놓은 채비엔 잔챙이들 파티가 벌여졌습니다.
바늘이 워낙커서 입에 넣질 못하고 지렁이 꽁지만 물고 다니네요
(지렁이는 꽁지가 머리고 머리가 꽁지라구요?)
여건으로 보아 오늘저녁 일낼거 같은 느낌입니다…느낌만입니다^^
무월이님과 선대님은 초록붕어 시조회 참석차 먼저 가시고
혼자만 달랑 남았습니다.
쏘주 한병을 잔도 없이 나팔을 불고
잠을 청해봄니다만
청하는 잠은 오지 않습니다.
밥을 많이 먹으면 식곤증으로 졸릴까 싶어
밥도 무쟈게 많이 먹어 봄니다만
소용없습니다.
호텔방에 침낭까지 덮고 내의만 입고 들가도 약간 덥슴니다.
더운게 문제가 아니라 문젠 잠이 오질않습니다.
된장…….bb


밤낚에 대비해 참붕어를 채집하니 거짓말 조금 보태면 꽁치만한 참붕어 열마리에 쓸만한넘
한마리꼴로 들어오는군요.
그럼 도대체 몇마릴 잡아야 되는거여?
200마리?
200마리 아니라 1000마리도 문제 없습니다
금방금방 새우망이 가득 하네요^^

이윽고
케미를 꺾고 보초에 들가 봄니다.
참새참새참새참참새 참
이게 뭐냐고요?
아는 사람은 알지요 이거 외우기 헷갈립니다^^
폭풍전야의 고요함 같이
10개의 찌불은 숨을 죽이고 움직이기 조차도 싫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21시가 넘어감니다.
음~~이게 아닌데…슬슬 불안해 지는군요
그래 01시까지 딱 네시간 자고 일어나 새론맘으로 보초서자
알람을 맞추고 다시 잠을 청해봄니다.
그나마 조금 자고나니 01시는 아니더라도 23시네요
두시간 잔것도 대단한 것입니다.
02시가 넘어감니다.
세시간째 한자세로 찌불을 응시하니 슬슬 자세가 불편합니다.
일어서 서성대 보기도 하고
잠시 의자를 뒤로 젖혀 보기도 합니다.
뒤로 졎혀 눈만 감고 있다가 한 2-3분후 정위치 해 봄니다.
근데 붕순이들은 나의 이런 시간을 물속에서 보고 있나 봄니다.
우측 유력한 구멍에 던져논 40대 지불이 잠겨 있었는데
수면위로 두마디 상승해서 별처럼 빛나고 있습니다.
헉~~~
저놈은 새우 끼워 논건데…
어차피 늦은거 기다려 보기로 해 봄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실은 늦은게 아니었나 봄니다
한마디 내려가고 잠시 멈춰 있습니다.
또 기다리니 물속에 잠겨 있던 위치로 찌가 잠겨버려 케미 불빛이 가물가물합니다.
쩝~ 운좋으면 다시 올리겠지
다른 사람들 조행기 보니 대개 그렇더라구…
10분이 흘러가도 그대로 입니다.
어떤 사람은 30분만에 다시 올린 경우도 있다 카던데…
또 무식하게 기다려 봄니다
한번 내려간 찌는 다시 올라오지 않더군요.
살짜기 건져 봄니다…미끼 확인하러…
아니나 다를까 새우를 훔쳐 갔네요.

휴~
이런 상황 한번 맞볼려고 시간과 비용 고단함 뿌리치고 한걸음에 달려 왔건만
이번에도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항상 잡을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지만
그래도 출조하기 전에는 어쩌면 이번에는 한수 보여주겠지…하는 행운을
상상하며 출조합니다.
그런 상상을 많이 하다보니
그 상상이 깨어져도 그리 아쉽지만은 않습니다.
꽝치고 고단하고…이런것이 낚시의 특징이라는거
모르지는 않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번 출조는 완벽한 꽝이라고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확고한 결론이 나 있다면
아무도 출조 하지 않을것입니다.
모르겠습니다.
곧은바늘 낚시했다는 강태공이 살아 돌아온다면 가능할 지는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