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는 쉬어야 할 때이지만
짙어가는 가을하늘과 물과 산이 그리워
늙은 애마를 재촉해 봄니다.
금욜 아침에 출발하면서
잉생잉사님에게 전화로 약좀 올렸읍니다.
잉생잉사님이 분명히 이번주 출조할것으로 예상되는곳을 향하여 가고 있다하니
반칙이라 합니다...ㅋㅋㅋ
그 자린 한사람이 포인터 선점하면 다른 사람은 뒤통수 긁어야 하고
많아야 세사람 정도 앉을 수 있는 포인터죠.

사실은 어쩌면 올 가을 가장 대무리 확률이 높아 보이는곳중 하나입니다.
그렇지만 그곳보담 아쉬움이 좀 남아 있는곳으로 향해 봅니다.
잉생잉사님 출조 희망지로 간다고 염장 질러 높고...ㅋㅋㅋ

어쩌면 꽝 확률이 가장 높을것으로 예상되고
씨알또한 아직은 기대만큼 큰게 붙지는 않은 곳이죠.

가는 길은 이렇게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들을 지나면서
가을 풍경에 홀로 취해 봄니다.

양구대교는 이미 꾼들로 만땅일 테고

요렇게 말이죠.

가는길에 물로리가 생각나 들러 보기로 하는데
수위가 높아 한자리 밖에 나오지 않네요.
그것도 건너편에 보트꾼이 있어 릴 낚시 하기엔 스트레스만 쌓일것 같아
무작정 양구대교로 들이대 봄니다.

2번 선착장에 뜻밖에 한자리가 있어
금욜 밤을 의지해 보기로 합니다.
쓩쓩 날려 보긴 하지만 잉어 보리란 자신감은
다소 떨어지는건 어쩔 수 없읍니다.

밤하늘 별을 친구삼아 나한잔 자네한잔 하며 1.5리터 맥주 한병을 단숨에 비우고
잠을 청해 봄니다.
정말 꿀맛같은 잠이 오는군요.
집에서 보다 더 달콤한 잠에 취해 버리고.

경보기 소리에 놀라 새벽에 일어나니 스풀이 계속 풀리고 있읍니다.
마치 넊나간 사람모냥 풀리는 스풀을 바라보고만 있읍니다
그렇게 약 1분넘게 풀려 나간것 같읍니다.
초강력 서치라이트를 켜고 릴링을 시작합니다.

묵직한 중량감이 저를 압도 합니다.
느낌상으론 생에 최대어
아니 미터급에 육박하리란 생각이 드는군요.
조심조심 당겨 보는데
갑자기 다시 치고 나가는군요.
서치 라이트로 방향을 확인하니 수산리 방향으로 일자로 쭉 내빼고 있읍니다.
스풀을 보니 약 절반정도 풀려나간듯 합니다.
스피드가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 끌어 보는데
순순히 끄는대로 들어 오고 있읍니다.
그 와중에 주무시던 조사분들이 나와 구경을 하고 있읍니다.
어떤 분들은 서치를 비춰 주기도 하고....
약 10분 정도의 실갱이 끝에
뜰채에 랜딩 시키니어마어마한 놈이네요
작년에 한가람님의 미터 잉어는 애기였다고...
막 푸대에 넣어 놓고 다시 침낭속으로 파고 드는데 흥분속에 잠도 잘 오질 않읍니다.

주변이 소란스러워 눈을 뜨 보니 늦잠을 잦나 봄니다.
릴대를 확인해 보니 밤새 입질이 없었는가 본데
그럼 어제 저녁의 그 대물은 뭐지????
아마도 깨지 말아야 할 꿈을 꾼듯 합니다^&^
젠장 ~~아쉽네
내 팔자에 미터는 무슨...ㅠㅠ

가을 단풍은 이미 물가에 까지 내려와 있네요.
잉어아빠님과 고문님이 계신 솔밭 포인터로 가니
잉어가 익어 가고 있읍니다.

60대와 70대 각 한마리씩 솥에서 끓고 있는데
냄새가 너무 구수합니다.
침이 꼴깍꼴깍 넘어감니다^&^
잉어아빠님과 고문님이 말씀하시기를
어제 저녁에 각각 2마리씩 하셨다고
2번에서 꽝치지 말고 오라고 하시네요.
고문님께서 한틀 빼 주시겠다고...
짐을 옮기는것은 쉬운일이 아님니다.
보통 번거로운 일이 아니죠
어제 저녁에 잘 나왔다고는 하나
오늘 잘 나오란 보장도 없는데....고문님과 잉어아빠님의 간절한 권유를
사양하는것은 교만으로 보일지도 모름니다.

가을하늘이 너무 맑죠?
이 풍경을 혼자만 감상하기가 너무 아깝단 생각이 듬니다.

오후 5시쯤 떡밥을 다 넣고 나니 고문님이 말씀하십니다.
양구대교 제일의 포인터에 앉은거라고요.
덜컥 겁이 납니다.
제일의 포인트에 앉아 꽝치면 어떡하지?
고문님이 정성들여 떡밥 넣어둔곳에 무임승차 하는 기분이라
송구스럽기 그지 없읍니다

몇년전 무안 양곡지에서의 일입니다.
10월 말경이었는데
밤날씨가 꽤 쌀쌀했읍니다
허접한 방한 장비에 허접한 낚시장비로 야인님과 함께한 밤이었읍니다.
대물낚시 초보티를 팍팍 내면서 민폐 끼치는 밤인데요.
4칸대 이상을 쳐야 뗏장을 넘기는데
젤 큰대가 4칸 36칸이라 덧줄 달아서 5번 던져야 간신히 넘어가는군요.
그러니 밤새 풍덩풍덩 ....야인님에게 너무 미안합니다.
낚시 방해세력이 되어서요.
한밤을 꽝으로 마감하고 추위와 싸우고...오기가 발동 하대요.
야인님은 바로 옆 코너 꺾어진 곳 갈대받에 자릴 하시고
두어시간 후 절보고 자리 옮기라고 하시는것을
오늘밤도 민폐끼칠 순 없어
전 그냥 여기서 하겠노라고
야인님 자리에 가 보지도 않았읍니다.
이게 큰 실수였죠
담날 철수 하려고 야인님 자릴 가 보니
그 억센 갈대를 수초낫으로 다 닦아 놓으시고
절보고 오라고 하신건데
가 보지도 않고 안갔으니 얼마나 서운하셨을지....
쥐구멍이라도 찾고픈 심정이었읍니다.

오늘 따라 그때가 생각나네요^&^

무심한 잉어는 끝내 얼굴을 보여 주지 않았고
토욜저녁 양구대교 전역이 꽝으로 마감하였읍니다.
이 달빛사냥꾼이 나타나기만 하면
잘 나오던 자리도 꽝을 각오해야 하는것 아님니까?

아무래도 이번 출조의 대물은
꿈으로 만족해야 하는가 보네요.

고문님이 정성껏 끓여주신 잉어탕 진국 정말 맛있게 먹고 왔읍니다.
밥 또한 고문님 아지트에서 해결해서 송구스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러네요.

철수후 집에서 들으니 우리 회원 한분이 석짜로 홈런 쳤다고 하는데.
기대해 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