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는 양구대교가 생각난다
단풍이 물들고
춥지도 덥지도 않은 이 시기엔
이른바 전국의 잉어 릴 낚시 타짜들을 볼 수 있다
예전만큼은 못한 조황이지만
푸른하늘과 더 넓은 호수
그 아래 기다림을 낚는 진정한 잉어낚시꾼들의 세계가 여기에 있다.

토토님과 새벽에 출발하여 아침에 도착한 양구대교는
1번 배터부터 4번 배터까지 자리가 없었다
어떤 날나리 꾼들은 릴을 정면으로 치지 않고 45도 대각선으로
4틀씩이나(보통 2틀 10대가 일반적이다) 쳐놓아 다른사람의 접근을 아예 허용치 않는다.
괘씸한 날라리꾼이로고...

군데군데 포인터 마다 1-2마리 정도는 매어 놓고 있다
이정도면 좋은 조황이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호조황이라 할 수 있다.

이 장사정포는 잉어나라(www.carp.co.kr)운영자인 잉생잉사님이
삼우 빅캐치에 의뢰하여 30번 이상의 테스트와 수정을 거쳐
원투용으로 개발된 릴 이다
웬만한 사람도 90미터는 쉽게 날릴 수 있다.

흥분된 마음으로 요렇게 기다려 보지만
세팅만 좋을뿐 경보기(100미터 통달거리의 무선차임벨)는 울리지 않는다
하긴 가을포인터 치고는 수심이 좀 깊은 곳이다.
그러나 어쩌랴
이곳밖에 없는것을....

중계동 사신다는 60대 후반의 어르신도 망중한에 잠겨있다.
억센 살림망엔 양구대교 답잖게 전차표 떡붕어 20-30여수가 담겨있다.
양구대교 하면 떡붕어도 평균 35가 넘는 곳인데...
좀 더 추워져야 굵은 씨알의 붕어가 나올것만 같다
잉어도 그렇고....

어느 조사님과 출조한 견공
사람이 그리웠는지 처음본 사람인데도 반갑게 아양을 떤다
가려 해도 가지 못하게 앞발 두발로 나의 다리를 감싸고...ㅋㅋㅋㅋ
사람이나 짐승이나 외로움은 병일것이다.
외로움 앞에는 아름다운 호수의 풍경도 부질 없을 것이다.

개 주인의 낚시차량

트럭을 개조해 낚시차량으로 만들었는데 아주 깔끔하다
10인치 가량의 tv도 설치되어 있고
양구대교는 잉어낚시의 달인뿐만 아니라 자작장비의 경연장이기도 하다.

자작취사도구
바람막이 기능이 완벽하고 밥과 국을 동시에 끓일 수 있는 개스버너 장치다.

텐트속 취침등(개스취침등이지만 호롱불 처럼 불꽃모양이 생긴다)

수산리를 바라보고...

새벽세시경
경보장치도 안해놓은 토토님의 낚싯대에 뭔가 걸려든 모양이다.
화장실 간다더니 응가하고난후 낚싯대를 점검하니
줄이 쳐져 있었다는데...
잠결에토토님이 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잉어를 걸긴 걸은 모양인데
도와주지 않으면 놓칠 확률이 높은데
도무지 몸을 움직일 수 없다
부르는 소리도 들리고
후래쉬 감빡이는 불빛도 보이지만
도무지 움직이지 않는다
간신이 가위에 풀리고 토토님에게로 가보니
혼자 끙끙 거리고 있다.
밤하늘의 별들은 이효석의 메밀꽃 필무렵에 나오는 구절처럼
소금을 뿌려 놓은듯 눈부시게 아름답다
고성능 디카가 있다면 찍을 수 있을까?


릴링해 보니 턱걸이 70정도(잘 재면)
잘못재면 69 ^&^
토토님은 그간 바쁜 관계로 3년만의 첫 출조인데
운도 좀 따라준것 같다
소양댐 잉어 중에서도 양구대교 잉어 보기가 쉽지 않은데
토토님에겐 소양댐 첫 잉어가 될성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