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입춘(立春). 이날 시식(時食)은 오신채(五辛菜). 시대나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파, 마늘, 자총이, 달래, 평지, 부추, 무릇 그리고 미나리의 새로 돋아난 싹이나 새순 가운데 노랗고 파랗고 붉고 검고 하얀 다섯 가지 색를 골라 무친 것입니다. 노란 색 싹을 한복판에, 동서남북에 청· 적· 흑· 백 사방색(四方色) 나물을 내놓는 모듬나물에는 각별한 뜻이 담겨 있습니다. 사색당쟁을 초월한 정치화합의 의미가 그것이니, 이날 임금과 중신들이 오신채를 나누어 먹은 연유이기도 합니다. 일반 백성들도 가족의 화목과 어질고 곧고 예를 지키며 지혜롭고 신의있는(仁義禮智信) 삶을 다짐하며 오신채를 챙겨 먹었다 합니다.

예부터 오신채에 깃든 벌레는 고통을 모른다 하였으니 이는 고통을 곁에 두고 이겨낸 저항력을 알아본 말일 것입니다. 짜고 맵고 쓰고 시고 쏘는 인생오고(人生五苦)를 참으라는 신채교훈(辛菜敎訓)이 담긴 모듬나물. 새 봄을 시작하는 자극과 각성의 청량제로 삼을 만합니다.

남인희 기자 namu@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