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우칼럼/김홍동 낚시 인생론 034











붕어와 잉어















한국 민물계의 속성이 파괴되기 전에 한국 민물 낚시의 2대 주종은 붕어와 잉어

였다. 그런 패턴은 1970년대까지 이어졌던 것으로 생각되고, 그 이후 한국 민물

에는 가지 각종의 외래 어종이 투입되어 '한국민물 국제화 시대'가 전개된다. 이

땅에 없도 향어라는 곰보딱지처럼 생긴 물고기가 소양강에 득실 거리고, 포악하

기로 이름난 배스란 놈이 남한강에 우글거리고, 이것도 시원치 않아 어떤 녀석

들이 들여다 놓았는지 부르길이며, 국제 민물 사회에서 부량아를 이름난 잡동산

이들을 우리나라의 민물계에 풀어놓아 강타자가 되어 매일 같이 토종 민물 고기

들의 씨를 말리고 있다.


지금 강원도에 가도 토종 벌이 별로 없다. 양벌을 들여와 양봉을 한 것이 20년도

제대로 되지 않은 오늘의 시점에서 한국산 토종벌들은 양벌의 밥이 되어 살길을 잃

고 모두 단종의 위기에 처해 있다. 한국의 토종 삽살개가 그렇고, 한국의 토종 먹

돼지가 그렇고, 한국의 토종 황구가 그鳾다.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무자비한 동물

세계의 룰이 국토 환경을 보존하려는 의식이 없는 민족에게 주는 일대 환란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우리나라 민물계의 여왕이며 왕자의 자리는 이들 외

래 어종에게 찬탈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붕어. 나는 붕어를 우리나라 민물계의

여왕이라 하고 싶다. 그리고 잉어, 나는 잉어를 이 우리나라의 민물계의 왕자라 하고

싶다. 붕어처럼 예쁜 민물 고기가 그리 흔치 않고, 잉어처럼 용맹스런 민물고기가

그리 흔치 않기 때문이다.


"붕어찜 한 번 해 먹을가?"


이건 붕어를 보고 정력에 어쩌네 저쩌네 하는 얇팍한 요즘의 호색가들이 하는 이

야기이다. 전국 호수와 강계에는 붕어찜이 정력에 좋다고 사람마다 안달이다.


"야, 이 사람들아! 그렇게 정력이 없나? 내 아무리 정력이 없다한들 붕어 힘 빌어

마누리 즐겁게 해주는 붕어 후손은 되지 않겠네."


우리나라 사람은 유독히 정력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개 잡아 먹고 개 힘으로 제

마누라 즐겁게 해 주려는 사람은 왜 그리 많고, 뱀 잡아 뱀탕 끓여 먹고 제 마누라

와 긴 밤 잠 자리를 하려는 자가 왜 그리 많은지? 차라리 개나 뱀과 함께 제 마누라

가 살게 하면 어떨가?


정력은 기다. 기를 보하려면 보약을 먹어야 하며, 보약을 사 먹을 돈이 없는 자는

옛부터 몸 보신에는 최고라는 잉어가 있다. 지금도 아기를 낳은 며느리에게 잉어를

보약으로 끓여 주는 인자하신 시어머님들이 많다. 붕어, 그까짓거 아무리 먹어 봐야

잉어 한 마리 푹 고아 먹은 것보다 더 몸에 보가 될가?


바다의 기상을 타고 태어난 김홍동이 팔자가 기구하여 몸이 쇠약해져 한강에 나가 견

지낚시를 하다가 이병일과 붕어 낚시를 다녔지만 직성이 풀리지 않았다. 인생칠십고

래희라지만 조황칠십고래희다. 인생이 70 살기가 흔치 않은 것처럼 낚시를 해서 70

센치미터 이상의 고기를 낚는 것도 예나 지금이나 드문 일이다.


그러나 견지낚시를 배를 타고 하다보면 그 당시만 해도 조황70고래희는 드물지 않게

나타났다. 60센치미터 전후의 누치가 낚이는가 하면, 1미터에 가까운 우레기가 낚

이는 경우가 있었으며, 겨울철에 챌낚을 하면 아예 길이로 재기가 싫어서 저울로 재

면 관고기들이 수 없이 낚였다. 댓 마리만 낚으면 삼사일 동안은 몸살이 나서 구들장

신세를 져야 할 때가 빈번했다.


그런 대어와 대결하던 허약한 김홍동이 수초밭 사이에 앉아 붕어를 낚자니, 이건 낚시

가 아니라 여왕을 희롱하는 작난에 불과했다. 인간 사회의 여왕은 크라운이라는 왕관

을 쓰고 살지만, 붕어 사회의 여왕들은 '찌'라는 인간이 드리운 왕관을 입에 물고 노

닐며 산다. 그 찌를 바라보는 것이 김홍동에게는 한 동안 야성에만 젖었던 인생의

심신에 무한한 정서적인 양식을 공급해 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메마른 감정과 육신에 아무리 정서적 양식을 무한히 공급해 주는 붕어 낚시

라고 해도 김홍동의 야성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붕어 낚시를 하

려고 강화에 갔더니 깻묵덩이를 골패만하게 짜개 놓은 것을 팔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게 뭡니까?"

"잉어 낚를 때 쓰는 미끼 입니다."


김홍동은 짜개를 사서 붕어 낚시터로 가지고 갔다. 세 대의 대낚을 부채살 처럼 펼

쳐 놓고, 그 옆에 바늘 세 개를 꼽은 짜개를 단 낚시대를 하나 더 던져 놓았다. 그

러나 떡밥을 문 붕어라는 여왕님들은 연신 낚였으나 짜개를 무는 잉어라는 왕자는

하나도 낚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붕어 낚시를 하면서 잉어 채비를 한 두 개 깔기는 하였

지만 잉어를 낚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그져 낚이면 좋고, 안낚여도 좋다는 식으로

붕어대 옆에 잉어대 한 대를 까는 것이 그 때의 낚시 풍속도였다. 그래 가지고야 잉

어를 낚을 수 있을가? 낚시는 작난이 아니다. 낚시는 진지해야 한다. 피라미를 낚

으려면 피라미에 관심을 써야 하고, 장어를 낚을려면 장어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잉어 낚시를 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잉어는 하루 이틀 낚시 해서 낚는 고기가 아니

다. 진을 치고 3박 4일, 열흘 보름 때로는 한 달 한 계절을 씨름해야 낚을 수 있

는 것이 잉어다.


낚시가 과학이라지만 우연을 배제할 수는 없다. 매일 붕어는 많이 낚아도 잉어는 헛

탕을 치전 김홍동에게 우연의 여신이 찾아와 골탕을 먹인 일이 있다. 어느 날, 갑

자기 짜개를 던져 넣은 낚시대가 꿈틀하여 잽싸게 대를 잡아 세우려는 순간, 대가

사시나무 떨듯 떨드니 우두둑! 뚝! 소리와 함께 빠개지고 말았다. 한 손에는 부러진

낚시대가 허공을 향해 잡혀 있었고, 저 멀리에는 잉어라는 놈이 끌고 가는 낚시대의

잔해만이 보였다.


낚시를 하다가 고기를 놓치면 허망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러나 김홍동의 그 순간

은 허망이 아니라 절망이었다. 그 비싼 낚시대를 어떻게 또 마련한단 말인가? 잉어

가 물자마자 낚시줄을 탁! 끊어주고 낚시대나 건질 것을 괜히 민물의 왕자인 잉어를

낚겠다는 욕심을 부리다가 낚시대마져 부러지고 말았다.


집에 와서 밤 새 잠을 자지 못했다.


"어떻게 하면 그 힘 센 잉어를 낚지? 그것도 당일 치기로 말이야."


아무리 생각을 해도 용인에서 만들어 내는 그 알량한 대나무로 만든 대낚으로는 잉

어를 낚을 도리가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몇 날 몇 일을 죽치고 있어야 낚는 잉어를

단 하루 한 번의 낚시에서 낚을 방법이 무엇일가 골돌히 생각했다. 한 번 시작하면

끝장을 내는 분이 김옹이다. 일본에 대어담수낚시회라는 곳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

다. 잉어를 낚아 보자고 그 회에도 가입하여 각종 문헌과 정보를 입수하며 잉어 대낚

연구에 몰두에 몰두를 거듭했다.


드디어 김홍동 머리에 묘책이 떠올랐다. 일본에 가는 사람에게 장구통 릴 네

개와 돌돔 낚시대 네 대를 사다 달라고 부탁하였다. 김홍동이 보기에는 민물의 잉어

란 놈은 바다의 돌돔처럼 힘이 세고 포악한 놈 같았다. 그런 채비만 있으면 걸기만

하면 틀림없이 올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구통 릴과 돌돔 대가 오자 마자 김홍동은 제2의 준비를 시작했다. 밤새 다른 잉어

낚시인들이 하는 것처럼 잉어밥을 만들었다. 곱게 빻은 깻묵가루에 황토 흙을 3분의

1 쯤 섞어 물을 촉촉히 부은 다음 양 손으로 주무르고 주무르기를 은한이 삼경일 때

까지 계속하여 50개를 만들고, 수분이 마르지 않도록 두꺼운 수건에 물을 충분히

적셔 밤새 쌓아 두었다.


그리고 날이 새자 마자 붕어 낚시 채비와 새로 준비한 잉어 낚시 채비를 가지고 강화

로 달려 갔다.


"이 놈! 두고 보자! 네 놈들을 단 번에 낚아낼 터다."


김홍동의 기상은 하늘을 치솟았다. 수초가에 가서 얌전히 여왕님이신 붕어님을 낚기

위하여 콩알만한 떡밥을 꿴 붕어 채비를 펴 놓았다. 그리고, 저 만큼, 잉어가 있을

법한 곳이 보였다. 수초 넘어 한 50 미터 지점이다.


처음 사서 사용하는 릴과 릴대라서 손에 익기까지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다. 밤 새

만든 잉어 주먹밥을 릴에 달아 50미터 전방에 쳐넣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주먹밥들이

제 멋대로 여기 저기에 떨어졌다.


"어허! 저러면 안되는데!"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면서 김홍동이 던지는 잉어밥은 정확하게 50미터 전방 전후

좌우에 원을 그리며 떨어쪘다. 열개, 스무 개, 서른 개를 그렇게 던지고, 그 다음

에는 번데기 가루까지 가미한 진짜 잉어밥을 꿰어 미리 던져 넣은 잉어밥 동산 중앙

한 복판에 던져 넣었다.


"됐다! 그곳에는 황토가루와 깻묵가루가 진동할 것이고, 그 가운데에서는 번데기 가

루 냄새가 진동을 할찌니, 네 이놈들, 그걸 먹지 않고 무엇을 먹으랴."


생각하니 잉어 낚시 준비는 전투 준비를 방불했다. 그 동안에 붕어 낚시 채비에도 입

질이 왔다. 일곱치 여덟치, 그런 공주 붕어들이었다. 붕어 낚시에 도가 통한 김홍

동이라 금방 살림망이 가득할 정도로 공주님들을 납치해 놓았다.


그 때까지도 잉어라는 녀석들은 낌새도 보이지 않았다. 수초 가의 버들가지 무성한

곳에 가서 아내가 쌓아 준 도시락을 꺼내 한 숱갈을 떠 입에 넣을 때다. 잉어라는

녀석들도 김홍동과 같이 동시에 입을 벌렸던 모양이다. 돌돔 대 끝이 끈덩!했다.


"옳커니! 왔구나 왔어! 배뱅이가 아니고 잉뱅이가 왔구나, 왔어!"


몸은 늘고 허약해 졌으나 왕년의 축구 선수라 날쌔게 낚시대 있는 곳으로 달려가 대를

옴켜 쥐었다.


"우욱! 우욱!"


김홍동은 연신 신음 소리를 냈다.


"핑!핑! 팽!팽!"


돌돔대도 연신 신음 소리를 냈다.


김홍동과 돌돔대가 신음 소리를 내면 낼 수록 물 속에서 입술을 꿴 잉어라는 녀석은

더욱 심술을 부려댔다. 위로 뜨다 쳐박고, 좌로 가다 우회전하고, 뒤로 빼다 앞으로

달려 들고, 이건 김홍동이 잉어를 놀리는 것이 아니라 잉어가 김홍동을 놀리는 격이

었다. 김홍동은 신음처럼 독백했다.


"누가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 했는가? 인간은 만물의 미물이다."


죽을 힘을 다하여 끌어낸 놈은 황금빛 찬란한 관 짜리 멍짜 잉어였다. 멍짜란 지금은

흔히 쓰지 않는 말이나, 고기의 무게가 한 관 쯤 나가거나 길이가 두어자 가까이 되

는 큰 놈을 지칭하는 순수 우리말이다.


드디어 해낸 것이다. 하루에는 낚기가 어렵다는 잉어를 당일 치기 낚시로 낚을 수 있

는 시대의 문을 연 것이다. 김홍동이 이런 일을 벌이기 전에는 잉어를 대낚으로 하루

에 낚는다는 것을 생각하는 사람이 없었다. 김홍동은 이 실험 낚시를 통하여 당일치

기에 붕어도 싫것 낚고, 잉어도 힘이 빠질 때까지 낚을 수 있다는 새로운 낚시인의

세계를 창조해 냈다. 주야로 연구하고 실험하고 노력한 결과였다.


나중에는 붕어 낚던 김홍동은 잉어 낚는 도사가 되었다. 잉어 주먹밥도 릴대에 꿰어

쌀짝 던져 톡!치면 줄주리 제 자리에 앞으로 나란히, 뒤로 나란히, 옆으로 나란히가

되었다. 밤 낚시를 가면 초저녁에는 잉어를 낚을 생각은 하지 않고 밤새 이 지랄만

하다가, 맨 나중에 잉어 떡밥을 척! 던진다. 기술도 보통 기술자가 된 것이 아니

였다. 던지기만 하면 진짜 떡밥들은 가운데 자리에서부터 좌우 1미터 간격으로 콕!

콕! 박혔다. 일본에서 사온 네 대의 돌돔대를 그렇게 펼쳐 놓고 있으면 영락없이 잉

어들은 날 잡아 잡슈였다. 당일에도 몇 마리씩 낚았다.


그리고 그 결과를 잉어 대낚 당일 치기 가능이라는 연재물로 큰 기사를 썼다. 잡

지에 이 사실이 보도된 후에 가평 남이섬 근방에서 방울낚시로 잉어를 낚던 토주대

감들이 낚시춘추 사장인 한형주 앞으로 시합하자는 편지가 왔다. 마다할 수 없어

기자 2명을 대동하고 한판 붙을 셈으로 남이섬에 갔다. 한형주가 격려 조로 야식비

도 주었다. 그런 격려는 그리 흔치 않은 당시로서는 최고의 격려였다.


"당신이 김홍동이라는 사람이요?"


남이섬에서 잉어 방울 낚시 제1인자로 알려진 자가 물었다.


"그렇소."

"자, 한 번 해 봅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그들은 자기가 터를 잡아 놓은 곳에서 하자는 것이었다. 그

러나 김홍동은 그런 정도의 사기꾼 같은 낚시인들의 심성은 미리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말도 되지 않는 소리요. 아무 곳이다 새 자리에서 합시다."


김홍동의 제의였다. 그래야 공평한 낚시 경쟁이 된다. 어떤 놈은 미리 떡밥을 깔아

놓고 그 자리에서 하고, 어떤 놈은 생자리에서 허둥대며 낚시를 한다면 그건 공정

한 경쟁이 되지 않는다.


방울낚시인은 방울을 열 틀이나 던져 놓고 잉어님이 오시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

옆에서 김홍동은 밤새 떡밥만 던지다가, 방울낚시인이 하품을 하고 있을 즈음, 번데

기 가루가 가미된 진짜 떡밥을 달아 던졌다. 그리고 두 잉어 귀신들이 누구에게 먼저

잉어가 오고, 날이 새면 누가 더 많이 낚나를 주시하며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


"결과는요?"

"그 놈이 두 마리를 낚고, 내가 다섯 마리를 낚았지."



이리하여 붕어 도사 김홍동은 잉어 도사가 되었고, 이 나라에 릴로 잉어를 낚는 새로

운 시대의 문을 연 것이다. 요즘도 김해 수로에 가면 릴대를 포대처럼 쳐놓고 죽치고

않자 잉어님이 오시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던데, 그들이 모두 이 김홍동 선생의

제자가 아니고 누구의 제자랴!


"송군!"

"네!"

"농사 지으려고 헬리콥터를 발명한 사람이 헬리콥터가 전투기로 쓰는 것을 실망하며

죽었다는 소릴 들었지? 나도 지금 심정이 마찬가지야. 대낚으로 당일 치기에 몸

보신 할 수 있는 잉어를 한 두 마리 낚아 보자는 것이 나의 뜻이었는데, 지금은 전국

도처에 포대 싸움이 일어나고 있지 않나?"

"글세 말이지요."

"낚시인은 연구도 필요하지만, 하루 빨리 욕심에서 해방되어야 해 그래야 신선같은

낚시터, 신선 같은 낚시인의 세계가 되는 거지."